16일 오전 10시50분 강원도 철원군 중동부전선 육군 백골부대 관할
비무장지대 (DMZ)내 188 관측소 (GP).

장마비가 억수같이 내려 시계가 몹시 불량한 점을 인식한 아군 초병들은
그 어느때보다 두눈을 부릅뜨고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 지역의 북한군 관할은 북한군 25사단으로 과거에도 종종 도발행위가
있었던 요주의 지역이다.

순간 소총 등으로 무장한 북한군 병사 14명이 북한측 철책선을 넘는
모습이 이모(23) 상병의 관측기를 통해 희미하게 잡혔다.

당시는 시계가 불량해 육안관측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들은 7분쯤 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아군측으로 70여m 가량
내려왔다.

아군 초병들은 이에 정해진 경고수칙에 따라 8분간에 걸쳐 계속해서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경고한다. 경고한다. 너희들은 지금 군사분계선을 침범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너희들의 행위는 엄중한 도발행위에 해당한다.

지금 즉시 복귀하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

그러나 이들은 못들은 듯 돌아갈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계속 남하해왔다.

"탕.탕.탕..."

오전 11시2분께 아군 초병들은 정전협정상 교전수칙에 따라 소지하고
있던 K2소총의 방아쇠를 당겨 공중으로 3분간 2백여발의 경고사격을
개시했다.

곧바로 북한군 561, 543 GP에서 아군의 188, 189 GP쪽으로 기관총
70~80발을 퍼부어댔다.

조준사격을 가해온 것이다.

아군 초병들은 캘리버 50 기관총으로 적군을 향해 70여발을 응사했다.

콩볶듯 들리던 총성이 잠시 멈춘 후인 오전 11시21분께.

아군 188, 189 GP부근에 비반충포 (우리의 대전차화기에 해당)로
추정되는 종류미상의 포탄이 1발씩 떨어져 188 GP의 관측구 (벙커구멍)와
지하벙커 입구가 일부 부서졌다.

이어 4분뒤 북한군은 곡사화기 (박격포로 추정됨)를 사용, 포탄 10여발을
추가로 아군측에 날려보냈다.

아군은 북한군의 포탄공격에 대응, 캘리버 기관총과 57mm 무반동총
1발을 발사했다.

이같은 양측간의 교전은 11시25분까지 23분동안 계속돼 조용하던
비무장지대는 한동안 전쟁터로 돌변했고 긴장상태가 계속됐다.

아군은 11시47분 경고방송을 다시 내보냈으며 낮 12시2분 북한군 14명이
북측으로 되돌아가고 이어 20분께는 적 561 GP에 앰뷸런스 1대가 긴급
출동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 북한군 주요 무력시위 및 도발 일지 >

<>92. 3.20 = 북한군, 중부전선에서 아군지역으로 40여발 사격
<>92. 5.22 = 북한 무장병력 3명,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약 1km 침범,
전원사살
<>93. 6.21 = 북한 경비정 1척 백령도 동북방 2.5마일 월선 침범
<>94. 4.29 = AK소총 휴대한 무장병력 40여명 판문점내 투입, 무력시위
<>95.10.17 = 북한 무장공비 3명,임진강 서남방 1.5km 아군지역 침투
<>96.4.5~7 = 무장병력 1~2개 중대 규모 판문점내 투입, 무력시위
<>96. 4.19 = 북한 어뢰정 2척 연평도 서북방 북방한계선 1.1마일 침범
<>96. 5.23 = 북한경비정 5척, 백령도 서북방 북방한계선 4마일 침범
<>96. 9.18 = 무장공비 26명 강릉해안 침투
<>97. 6. 5 = 북한함정,서해 북방한계선 (NLL) 침범후 아군함정에 함포
3발 사격
<>97.4월초 이후 현재까지 = 북한군, 군사분계선 5차례 침범, 북경비정
NLL6회 월경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