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간의 혼인을 금지한 민법조항은 사실상 위헌으로 법개정이
이뤄질때까지 법적 효력을 중지해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주심 황도연 재판관)는 16일 서울가정법원이 이
조항에 대해 제기한 위헌제청사건에 대해 "인간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오는 98년
12월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 법률조항의 효력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금혼항에 따라 사실상 사실혼관계에 있던 수십만쌍의
동성동본 부부의 법적권한이 회복되게 됐으며 이날부터 동성동본부부의
혼인신고가 가능하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혼인제도는 개인의 존엄과 평등의 바탕위에서
혼인의 시기와 그 대상을 특별한 제한없이 결정할 수 있도록 성립,
유지돼야 한다"며 "금혼규제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동성동본 금혼제도의 존립기반이었던 유학과 혈연
중심사상은 산업발달과 인구의 증가 및 도시집중화의 영향으로 절대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동성동본간의 혼인을 허용할 경우 유전학적인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은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동성동본을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전학적인 문제는
부계와 모계의 최소한 8촌이내의 혈족이나 친인척간의 혼인을 무효로 한
민법에 의해 규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95년 9월 혼인신고가 반려된 최모씨 부부 등
동성동본 부부 8쌍이 금혼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청구를 신청하자 "개인의
행복추구권및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