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으로 결정되기 불과 이틀전 기아특수강이
발행한 전환사채가 모두 중도상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 집계에 따르면 기아그룹이 주식연계물을 해외에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모두 4억6천8백만달러. 이중 기아특수강은 지난 92년 7월
2천6백만달러의 전환사채(CB)에 대해 한국산업증권을 주간사로 삼아 발행
했다.

이 전환사채는 발행후 5년이 지나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권을 청구,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조건으로 발행됐는데 지난 12일이
그때였다.

그러나 기아특수강의 수익성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 모두
조기상환권을 청구, 투자했던 자금을 되찾았다.

채권이 종이쪽지 신세로 전락되는 위기를 간발의 차이로 모면한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많이 빠져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았고 그때문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돈으로 찾아갔다"며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기아특수강 주가에 울고 운 꼴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기아그룹내에서 해외자금을 빌려 쓴 것은 기아자동차가 지난 91년
발행한 1억달러어 주식예탁증서(DR)가 처음이었고 지금까지 8건에 걸쳐
4억6천8백만달러어치를 발행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DR 3차례(2억2천만달러) 신주인수권부사채(BW) 1회
(4천4백만달러) 전환사채(CB) 2회(1억6천만달러)등이고 기아정기도 전환사채
1천8백만달러치를 발행한 바 있다.

이중 DR의 경우 채권이라기 보다는 주식의 성격이 강해 해외부채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주가가 안좋을 경우 현금으로 되찾아 갈 공산이 큰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1억2천2백만달러가 실제 해외부채이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