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로열트룬GC = 김흥구 전문기자 ]

<> 바람을 가른 메이저 첫샷

김종덕(37)은 17일 오후 2시15분 (한국시간 밤 10시15분) 제1번홀
(파4-3백64야드) 티에 섰다.

1번홀 오른쪽은 바로 회색빛 대서양.

대양을 건너오는 그 바닷바람은 온 몸을 스치고 있었다.

첫날의 첫홀 첫샷은 그의 20년 골프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샷이자 프로
캐리어의 정점을 상징하는 샷.

그는 2번아이언으로 회심의 1타를 날렸다.

"언제 또 메이저 무대에 설 것인가.

골프는 절대 반복되지 않는 법. 첫 메이저는 마지막 메이저와 같다.

자, 후회없고 아쉬움 없는 골프만 치면 된다.

내 인생의 모든 골프를 쏟아 부을 수 있다면 결과가 어떻든 승복할 수
있다"

김종덕의 제126회 브리티시오픈은 그렇게 시작됐다.

김을 비롯한 1백56명의 선수들은 저마다 세계최고의 골프, 최고의 명예를
꿈꾸며 1번홀 페어웨이를 밟기 시작했다.

<> 드라이버는 4번만 잡는다

경기전 3번의 연습라운드를 가진 김종덕은 각 홀의 티샷클럽선택 등
"눈에 보이는 전략"과 게임 관리 지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을
확실히 정해 두었다.

김종덕은 파3홀을 제외한 14개홀에서 드라이버 4번, 3번우드 5번,
2번아이언 5번 등 티샷 클럽을 모두 결정했다.

"스코어는 전적으로 페어웨이 키핑 여부가 좌우해요.

이곳 벙커는 전면이 직각형태이기 때문에 곳곳에 숨어 있는 항아리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파온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곳은 또 자연상태의 코스이기 때문에 러프도 위협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작은 향나무 숲같은 곳이나 억새풀이 우거진 곳으로 볼이 가면
더블보기가 십상입니다.

장타가 오히려 위험한 홀이 많다는 얘기지요.

거센 바닷 바람을 달래며 꼭 그곳으로 치기 위해선 티샷 클럽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 전반 2언더파 선전

김종덕(37)이 전반 2언더파의 선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짐 퓨릭(28)과 영국의 대런 클라크(29), 아마추어 바클리 하워드가
공동선두에 나섰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마스터즈 챔피언 타이거 우즈(21.미국)와 US오픈
챔피언어니 엘스(28.남아공)는 3오버파와 이븐으로 후반경기를 하고 있다.

김종덕은 17일 밤 (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얄트룬골프장에서
막을 올린대회 첫라운드에서 강한 바람과 어려운 코스조건에도 불구하고
전반을 2언더파 34타로 끝내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김종덕은 3번홀과 4번홀에서 버디를 잡은뒤 계속 파를 세이브해나갔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우즈는 전반을 1언더파로 끝낸뒤 11번홀에서
치욕의 트리플보기를 해 무너졌다.

드라이버샷이 러프에 빠져 4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우즈는 3퍼팅까지
범해 삽시간에 2오버파로 떨어졌다.

우즈는 13번홀에서도 보기를 해 3오버파가 됐다.

한편 아버지가 사무장으로 있는 고향클럽에서 경기를 한 몽고메리도
7번홀부터 5개홀을 연속으로 보기를 해 5오버파 76타의 어이없는 성적을
냈다.

이밖에 그렉 노먼(호주)과 프레드 커플스(미국), 저스틴 레너드(미국)
등은 2언더파로 첫라운드를 무사히 마쳤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