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값의 전반적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차례 뛰어올랐던 집값이 봄이사철을
지나면서 가라앉기 시작해 일부 지역에선 내림세로 반전되고 있다.

이처럼 내림세가 두드러지자 이번 집값하락이 폭락으로 이어지며 부동산에
끼여있던 거품이 완전히 걷힐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경기가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부동산가치도 크게 하락, 90년대초 일본에서 나타났던 부동산가격 폭락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빚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이 어느정도의 타당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제쳐
두더라도 연초부터 출렁이던 집값이 요즘들어 일단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안정세가 부동산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연초 급등했던 집값이 일단 꺾인 만큼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위축돼 추가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실업률 급증, 임금상승률 둔화 및 가계소득감소 등이
맞물려 더이상 부동산가격이 오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설사 당장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해도 상당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주택구매여력이 축적되는 만큼 주택가격 상승현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시각이다.

대우경제연구소가 최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
응답자의 73.3%가 "부동산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데에도 이같은
시각이 반영돼있다.

이에반해 다른 전문가들은 최근의 가격하락을 부동산거래 비수기에
나타나는 계절적 현상으로 파악한다.

연초 한차례 뛰어올랐던 집값이 당국의 강도높은 투기단속과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조정국면에 들어섰을뿐 상승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연초 상승에서 제외됐던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완만한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집값상승의 진원지인 수도권에 아직도 전세값이
매매값의 50~70%에 달하는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 거론된다.

연초 집값상승은 가수요가 개입됐다기보다는 전세값 단기급등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가담, 매매값을 밀어올린 결과인 만큼 전세값이
매매값의 50%이하로 떨어지지 않는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언제나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73%선에 머물고 있어
보급률이 90%대로 높아질 때까지는 집값이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는
견해이다.

수도권 택지난이 날로 심화되는데다 수도권 준농림지에서 주택사업을
벌이기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것도 주택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급이 달리면 가격이 오른다"는 원리는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반영되게
마련이기 때문에 주택 대기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가격상승이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선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는 중개업소들도 대부분 이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따라 무주택자들은 올 하반기에 내집마련을 시도하는게 좋다고 주택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값이 오름세로 반전된 시기에 집을 구하는 것보다는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때에 집을 마련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자율화지역 확대의 영향이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내년봄 이사철을 앞두고 다시 집값이 들먹일수도
있어 올 하반기가 내집마련의 적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엔 서울 및 수도권 요지에서 아파트가 대거 분양될
예정이어서 잘만 선택하면 상당한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마련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갚아나가기가 벅찰 정도의 자금을 융자하거나 가격이 다소 싸다고해서
생활근거지와 동떨어진 곳에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무리한 내집마련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대신 자금사정과 입지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 치밀한 전략을 세운후에
집마련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웬만큼 안정돼 있는 시기에는 일단 물건을 잡아놓고 보자는
생각보다는 여유를 갖고 좋은 물건을 적절한 가격에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 이정환.방형국.유대형.고기완.김태철.김동민.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