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4월15일 자구계획 발표, 4월21일 부도방지협약적용 - 대농 5월3일
자구계획 발표, 5월19일 협약적용 - 기아 6월23일 자구책 발표, 7월1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자구계획을 발표한지 한달이내에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때늦은 자구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진로 대농 기아등이 사업구조조정을 게을리한 탓도 있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바라봤기 때문이다.

통상 자구의 주요수단은 부동산매각이지만 부동산은 그 성격상 빠른
시일내에 팔리지 않는다.

계열사 정리문제도 불경기인 점을 감안했더라면 보다 시급히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아만 해도 그렇다.

기아는 지난달말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부지와 속리산 관광단지개발부지를
조속히 팔겠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발표했지만 제일등 채권은행단은 곧이
믿지 않았다.

만약 기아의 자구책이 단기간에 가시화될 성격이었다면 채권은행단은
절대로 기아를 부도유예협약대상에 밀어넣지 않았을 것이다.

진로도 부도유예협약 적용이후 부랴부랴 남부터미널부지 서초동버스터미널
A지구등을 팔아 3천억여원을 조달했지만 "원님행차뒤에 나팔부는 격"이
돼버렸다.

모은행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들 기업에 대해 입이 닳도록 자구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는데도 이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대출을 늘려 달라는
부탁만 했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때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일찌감치 자구계획을 발표한 두산
쌍용 뉴코아등은 조기자구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업구조조정에 들어간 두산그룹은 부동산매각과 주식처분등을
통해 2천억원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4개의 계열사를 처분, 비대한 몸집을 줄였다.

쌍용그룹도 올들어 1천억여원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2천7백억원의
자동차할부채권을 팔아 악성루머의 과녁에서 벗어났다.

뉴코아는 지난달 서울시내 부동산 4백억원어치를 팔아 제일은행 대출금을
일부 상환했다.

이들 기업은 자구책 마련이 빠르기도 했지만 대단히 신속하게 자구를 실행
했다.

팔기 아까운 것부터 과감히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남부터미널과 서초동부지가 아까워 부도직전까지 움켜쥐고 있던 진로와
비교할 때 사뭇 대조적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