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부도가 났거나 부실화된 기업의 정리는 빠를수록 좋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실화우려기업의 정리는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더구나 기아그룹의 부도유예사태로 대외신용도 추락 등 경제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속한 수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년2개월동안 끌어온 한일그룹의 우성그룹인수 백지화는
매우 우려할 만한 결정이며 기업이나 채권금융기관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우성뿐만 아니라 부도처리된 한보철강과 삼미그룹은 물론 부도방지협약에
따라 부도가 연기된 진로와 대농 등의 자구노력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부실기업 정리가 지지부진한 것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불가피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채무자인 기업주의 이해가 상반되고 따라서 제3자
인수 등의 경우 쉽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부실기업을 방치하면 할수록 다같이 손해 볼 위험은 더욱 커진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면 신속한 처리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형성이
중요하다.

부실기업처리에 있어서 채권금융기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부실정리의 부진은 금융기관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최대한의 채권확보 노력은 당연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회생을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확실한 채권확보방안이 될 수 있다.

다시말해 제3자인수의 경우 인수조건 등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들의 자구노력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끌어안고 있기보다는 보다 확실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부실기업정리는 시장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교통정리하는 것은 해서도 안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파산처리 등에 저해요인이 되는 제도나 규정을
제거하고 특히 경제상황과 여건에 맞는 신축적인 제도운영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예컨대 지금과 같은 구조전환기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여신한도운용 등
금융이나 세제 또는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규제를 다소 신축적으로 적용해
부실기업정리가 촉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럴경우 흔히 정책당국자들은 특혜시비를 우려하지만 이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본다.

지금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 정부의 역할이 보다 적극화돼야 한다.

구조조정이 늦으면 늦을수록 국민경제의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정부와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새롭게 인식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