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결정으로 중소 제조업체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이 곧바로 이루어지지않아 무더기 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특혜보증한도를 1조원으로 늘려 올
연말까지 지원하고 기아협력업체에 대해 세금과 금융기관 대출금상환금을
연장시켜 주기로 하는등 각종 대책이 나오고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자금
지원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천여개 하청업체의 진성어음을 일반대출로 전환해 주거나 상업어음을
전액 할인해 준다는 방침이 발표됐으나 중소업체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중소제조업체로서는 기아가 발행한 어음은 금융권에서 할인이 곤란
하고 이미 할인한 어음도 다시 돌려 주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심각성은 중소기업청에 설치된 "기아그룹관련 중소협력업체 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고접수첫날인 18일 오전에만 8개업체에 1백39억3천4백만원의 피해액이
신고됐다.

이들 업체는 기아그룹의 부도방지 협약 대상기업선정으로 인해 외상매출
채권의 미수분및 어음할인이 중지되고 기 할인된 어음에 대해 환매를 요구
받는등 심한 자금압박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기도에서 자동차용 에어클리너를 생산하고 있는 A사의 경우 할인한 진성
어음 80억9천6백만원과 27억원의 외상매출채권등 총 1백7억9천6백만원의
피해를 봐 최악의 경영상황을 맞고 있다.

이 업체는 기아의 보증으로 발행한 미도래분 사채에 대해 보증기관에서
조기상환을 요구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패드 라이닝전문업체인 B사는 진성어음 3억8천9백만원과 외상매출채권
5억4천6백만원등 총 9억3천5백만원, S정밀업체는 3억5천만원의 피해를
각각 보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업체는 "기 진성어음의 할인분은 은행 책임아래 기아가 정상화될때
까지 은행에서 해결해주고 기 수금 미할인 보관어음에 대해서는 정상할인을,
미수금 외상물품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특례자금을 연계 지원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기아그룹 계열사의 협력업체는 기아자동차등 모두 17개사이며 이들계열
사의 협력업체는 1차협력업체 3천4백69개사, 2차 6천1백89개사, 3차협력업체
8천개사등 총 1만7천6백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계열사의 경우 2,3차 협력업체규모를 정확하게 파악치
못하고 있어 실제 협력업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2만개사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는 "기아그룹 발행어음을 담보로 긴급운전자금을 대출해 주고
금융권의 채권회수를 유예해 주지 않으면 대부분 부도가 날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국내 자동차협력업체들은 18일 서울서초동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기아와 아시아자동차가 발행한 진성어음을 무조건
할인해줄 것을 정부와 금융권에 촉구했다.

이들은 "부도 방지협약의 적용대상을 부품협력업체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국내 전 자동차업계에 심각한 사태가 발행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재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