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순교지로 유명한 절두산 성지를 사적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절두산순교기념관 (관장 배갑진 신부)은 1866년
병인박해때 2천여명의 천주교인들이 참수당한 서울 마포구 절두산 성지를
국가 사적으로 지정받기 위해 문화재관리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화재관리국은 이에 따라 25일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사적지정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최종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이 성지는 초기 천주교 선교에 영향을 미친 이벽 이가환 정약용 등의
유물과 성인 남종상의 흉상 및 사적비 등을 갖추고 있어 국가사적지로서
손색이 없다는 게 천주교측의 설명이다.

기념관측은 특히 정문 50m 앞 주민들이 주택조합을 결성, 마포구청으로
부터 아파트 재건축사업 내인가를 받고 고층아파트를 세우려 해 급하게
사적 지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념관측은 마포구청에도 협조공문을 보내 재건축사업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중이다.

건축법에는 사적지정구역 경계선에서 1백m 안에는 고층건물을 세우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배갑진 관장은 "절두산성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이자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당산철교의 건설 등으로 가뜩이나 훼손됐는데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성지 전체가 상당히 타격을 입게 될 만큼 문화재
보존차원에서 사적으로 지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천주교 유적은 서울 명동성당,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서울 용산 신학교와 원효로성당, 인천 답동성당, 전주 전동성당,
대구 계산동성당, 전북 익산 화산천주교회 등 7군데다.

그러나 이들 사적은 모두 성당이어서 절두산 성지가 지정되면 처음으로
역사유적으로서의 천주교 사적지가 탄생되게 된다.

절두산은 한강변에 솟은 작은 암벽봉우리로 누에 또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잠두봉 용두봉으로 불리다 2천여명의 천주교신자들이
참수된 뒤 절두산으로 일컬어져 왔다.

당시 살아남은 프랑스 리델신부가 청나라로 건너가 이 상황을 알리고
프랑스의 동양함대 로즈제독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병인양요가
발생됐다.

천주교는 이곳을 기념하기 위해 1956년 부지를 매입한 뒤 병인박해
1백주년을 맞은 1966년 절두산 성지 종합개발사업에 착수, 기념관 박물관
김대건동상 등을 세웠다.

<오춘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