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경선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각종 괴문서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금품수수설을 둘러싼 상호공방이 이어지는 등 혼탁
양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후보들은 지구당 위원장들을 상대로 집권후 특정자리 등을
미끼로 줄세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위원장의 경우 3~4개 후보진영
에서 서로 자파위원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곤혹을 겪고 있다.

부친이 친일행각을 했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의원회관에 유포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이수성고문은 제작과 배포경위 등이 아직 명확히 해명되지
않아 계속 타격을 입고 있다.

또 박찬종고문은 이회창고문이 지구당 위원장 2명에게 5천만원씩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내용의 "설"을 제기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박고문과 이고문진영은 연일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어
양측은 감정의 골만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이인제경기지사측도 최근 괴문서 사건에 휘말렸다.

이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뒤 충북지역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 모위원장의
명의로 "충청권 인사가 후보가 될 경우 야당에 승리할 수 없으니 이후보
대신 영남권 출신인 이 모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4쪽짜리 편지가 충남북및
대전지역 대의원들에게 발송된 것이다.

이한동고문은 추천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흑색선전으로 뜻하지 않은
난관을 겪고 있다.

이고문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추천서 작성대가로 사례비를 지급
했는데 당신도 사례비를 받았는가"라는 괴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찬종고문과 최병렬 김덕룡의원 등은 경선포기설이 유포돼 곤혹을 겪고
있는 케이스다.

박고문에 대해서는 특정후보와 경선을 포기하고 연대하는 조건으로 특정
자리를 거래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최병렬의원의 경우 각종 선거마다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최의원의
경력을 거론, 이미 다른 후보진영의 경선대책본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거나
연대의 조건으로 총리직을 수락받았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경선포기설로 가장 타격을 입었던 후보는 김덕룡의원이다.

김의원은 차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해 이미 내부적으로 경선을 포기한뒤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루머로 애를 먹고 있다.

지구당 위원장을 상대로 한 각 후보들의 "자기편 끌어들이기" 양상도 극을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위원장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3~4개 캠프에서 자파위원장 명단에
집어넣는 경우도 있어 과거 1인보스를 중심으로 한 계보정치가 되살아 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의원수가 1만2천여명으로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당 위원장
만 확보하면 대의원들의 지지는 저절로 얻을 수 있다는 각 후보들의
비민주적인 발상에 근거한 것으로 자유경선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행위
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무튼 경선을 둘러싼 이같은 혼탁양상은 집권당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자유경선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으로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부패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손상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