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69) 제3부 : 환상의 커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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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목에 칼자국을 냈던 최미지를 기억해내자 얼른 도망칠
궁리부터 다시 짜낸다.
섬뜩 하는 칼 끝의 감촉이 그를 두렵게 한다.
"오늘 맥주나 한잔 하고나서 일찍 돌아가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는 이 앞에서 망보지 말고 나를 제발 괴롭히지 말아줘.
나는 재수생과 노닥거릴만큼 한가한 놈도, 자유로운 놈도 아니라구.
제발 빌겠어"
"됐어요. 그럼 맥주한잔 마시고 사라져 줄게요.
그렇게 무시당하면서 짝사랑이나 할 시간이 나에게도 없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지자 이내 포기할 태세로 나온다.
그러나 그건 트릭이다.
"정말 한잔의 맥주로 이별을 고하겠어요.
그리고 다시는 안 나타날게요.
나때문에 미국으로 가지는 말아요"
먼 데서 나만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미아는 그와 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더 깊이 다른 방법을 연구하기로
한다.
즉 자기가 남자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테스트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술에 취하면 좀 더 대담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지금 온갖 기대로 열에 들떠서 남자냄새가 물씬 나는 지영웅을
호리는 기분으로 째려본다.
나는 이 남자와 꼭 한번 자보고 싶다.
더 깊은 관계는 아예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를 가져보고 싶다.
그는 얼마나 이글이글 타는 정열적인 남자일까.
꼭 한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녀는 자기의 있는 지혜를 다 짜본다.
지영웅은 찜찜해 했고 미아는 열광적이다.
"맥주집은 내가 안내할게요.
언젠가 남자친구 생기면 들어가보고 싶었던 집이에요.
늘 환상적인 재즈가 울려나오는 집 있죠?"
"앞장서봐. 딱 한잔이다"
그는 싱글거리면서 햇병아리 같기도 하고 풋풋한 햇사과 같은 미아를
따라간다.
왜 이렇게 세상이 즐거워지는가.
그렇게도 우울했던 지글러생활을 청산하니까 세상이 온통 자기를 위해
축복하는 것 같다.
돈 많은 연상의 연인도 생겼고 풋사과같은 아가씨와 데이트도 한다.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아니고 뭔가.
그는 크게 크게 소리지르고 싶다.
그들은 맥주집안에 들어서자 제일 근사한 높은 자리에 가 앉는다.
"맥주값이 얼마나 있는데? 이 집은 비싼 집 같은데"
"난 10만원짜리 수표를 비상금으로 갖고 다녀요"
그녀가 우쭐대며 말하자 지영웅은 하하하 웃어버린다.
"왜 웃어요?"
"행복해서. 어서 맥주시키자. 걱정 말아. 나도 돈이라면 그대 만큼은
있으니까"
그는 여사장님들에게는 커피부터 스테이크까지 한번도 자기돈을 써본
일이 없다.
그는 으레 몸만 따라다니면서 당연히 공짜로 놀았다.
그리고도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 할줄 몰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
궁리부터 다시 짜낸다.
섬뜩 하는 칼 끝의 감촉이 그를 두렵게 한다.
"오늘 맥주나 한잔 하고나서 일찍 돌아가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는 이 앞에서 망보지 말고 나를 제발 괴롭히지 말아줘.
나는 재수생과 노닥거릴만큼 한가한 놈도, 자유로운 놈도 아니라구.
제발 빌겠어"
"됐어요. 그럼 맥주한잔 마시고 사라져 줄게요.
그렇게 무시당하면서 짝사랑이나 할 시간이 나에게도 없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지자 이내 포기할 태세로 나온다.
그러나 그건 트릭이다.
"정말 한잔의 맥주로 이별을 고하겠어요.
그리고 다시는 안 나타날게요.
나때문에 미국으로 가지는 말아요"
먼 데서 나만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미아는 그와 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더 깊이 다른 방법을 연구하기로
한다.
즉 자기가 남자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테스트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술에 취하면 좀 더 대담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지금 온갖 기대로 열에 들떠서 남자냄새가 물씬 나는 지영웅을
호리는 기분으로 째려본다.
나는 이 남자와 꼭 한번 자보고 싶다.
더 깊은 관계는 아예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를 가져보고 싶다.
그는 얼마나 이글이글 타는 정열적인 남자일까.
꼭 한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녀는 자기의 있는 지혜를 다 짜본다.
지영웅은 찜찜해 했고 미아는 열광적이다.
"맥주집은 내가 안내할게요.
언젠가 남자친구 생기면 들어가보고 싶었던 집이에요.
늘 환상적인 재즈가 울려나오는 집 있죠?"
"앞장서봐. 딱 한잔이다"
그는 싱글거리면서 햇병아리 같기도 하고 풋풋한 햇사과 같은 미아를
따라간다.
왜 이렇게 세상이 즐거워지는가.
그렇게도 우울했던 지글러생활을 청산하니까 세상이 온통 자기를 위해
축복하는 것 같다.
돈 많은 연상의 연인도 생겼고 풋사과같은 아가씨와 데이트도 한다.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아니고 뭔가.
그는 크게 크게 소리지르고 싶다.
그들은 맥주집안에 들어서자 제일 근사한 높은 자리에 가 앉는다.
"맥주값이 얼마나 있는데? 이 집은 비싼 집 같은데"
"난 10만원짜리 수표를 비상금으로 갖고 다녀요"
그녀가 우쭐대며 말하자 지영웅은 하하하 웃어버린다.
"왜 웃어요?"
"행복해서. 어서 맥주시키자. 걱정 말아. 나도 돈이라면 그대 만큼은
있으니까"
그는 여사장님들에게는 커피부터 스테이크까지 한번도 자기돈을 써본
일이 없다.
그는 으레 몸만 따라다니면서 당연히 공짜로 놀았다.
그리고도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 할줄 몰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