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깊을수록 자기에 대한 투자는 철저히 한다"

요즘 신세대 직장인들의 휴가관이다.

한정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정모(29)씨는 올해 여름휴가 주제를 자신의
전문분야인 "건축기행"으로 잡았다.

12일 코스로 유럽중세 건축기행을 떠나기로 한 것.

"비용이 만만찮지만 항상 아이디어에 쫓기는 업무특성상 견문도 넓히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

같이 가는 사람들도 주로 건축전공자나 설계사들이 대부분이라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씨는 말했다.

일찍부터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선배들이 정작 휴가철이 되자 선뜻 해외로
나가기를 주저하는 것과는 달리 신세대 직장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면 현재의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휴가를 쉬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발전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지식을 살리기 위한 자기계발 여행이 유행이다.

혼자서는 돈이 많이 들기때문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여행사에
원하는 일정과 코스를 요구, 함께 여행한다.

국제패션디자인 연구원에서 일하는 한모(27.여)씨는 오는 8월초 2박3일
일정으로 일본패션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해외전시회와 박람회만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여행사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키로 한 것이다.

민감한 유행의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 국내보다 패션의 시차가 빠른
일본패션의 흐름을 현지에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15명 안팎의 단체참가자들이 원하는 코스와 일정을 짜주는 맞춤여행이
최근의 추세"라고 온누리 여행사 이정보 대리는 밝혔다.

최근 몇년동안 붐이 일기 시작한 테마답사여행도 역사를 배우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 배명중학교에 근무하는 김모 교사는 7박8일 일정으로 동료교사와
함께 백두산일대와 고구려유적을 둘러보기로 했다.

크리스천들 간에은 여름휴가를 이용,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 성지순례를
하는 사례도 많다.

"현지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현장감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라는게 김씨의 얘기.

삼성SDS에 다니는 이모(27.여)씨는 오는 28일부터 1주일동안 전국의
사찰을 찾는 답사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답사모임에 참가해온 이씨는 "번잡한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났을 때의 허탈함보다는 무언가 배웠다는 포만감을 느낄수 있다"며
"무엇보다 위험부담없이 혼자 생각에 잠기며 여행을 즐길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나 문화재 전문위원등 전문가가 항상 동행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참가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