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실질임금상승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29개
회원국중 가장 높았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는 우리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인 기업경쟁력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노동연구원이 OECD의 "97년 고용전망보고서"를 토대로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86년 이후 10년간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이 91.8% 올라 두번째로
많이 오른 벨기에의 23.5%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운 급상승세를 보였다.

일본의 13.4%, 미국의 2.2%에 비하면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같은 급상승세에 따라 서울의 임금수준은 아시아지역에서 일본의
주요도시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무역진흥회가 발표한 아시아 투자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96년말 현재 서울의 일반근로자 평균 월급(제수당 포함)은 1천1백10~
1천5백80달러, 중간관리직은 3천1백50~3천4백70달러에 달했다.

이는 홍콩 타이베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도시들에 비해 30~10%나
높은 수준으로 우리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금인상과 함께 노동생산성도 향상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으나 생산성을
훨씬 웃도는 임금인상이 지속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꾸준하고도 빠른 임금인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유럽국가들이 겪고있는 실업문제가 좋은 예이다.

노동비용이 비싸고 정리해고가 어렵게 되면 기업들은 신규고용을
기피하게돼 실업이 증가한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이 완만하나마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의 실업률은 올해 2.7%로 급등한뒤 내년에도 2.8%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볼때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의 임금상승추세는 국내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적신호가 아닐수 없다.

값싼 외국인 고용이 급증하는가 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전략을 통해 임금인상으로 인한 경쟁력상실에
대처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노조측이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등 인상요구를 자제하고 있어 인상률이 4% 내외로 크게 낮아졌지만 이를
안정적인 임금구조의 정착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임금
줄다리기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임금도 선진국수준에 가까워진 만큼 노사협상도 임금위주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본다.

임금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업이 지니고 있는 인적자원을 미래형산업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기업자산으로 끌어 올리느냐 하는 문제에 노사협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21세기에는 지식과 기술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며 결국 인적자원의 고도화 없이는 경쟁우위를 확보할수 없다는
것을 노사 모두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