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하겠다는게
러시아의 굳은 의지입니다"

한-러 경제협력위원회를 위해 최근 내한한 올레그 스수예프 러시아
부총리는 "사회주의의 비효율적인 부분은 빼버리고 효율성 높은 경제체제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러시아 경제는 오랜 혼란속에서 벗어나 상승기류를 타고 있으며
정치도 안정되어 있어 ''지금이 투자적기''라며 한국기업들의 러시아투자를
촉구했다.

스수예프 부총리를 만난 러시아의 시장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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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노혜령 산업1부기자 ]

-러시아가 갖고 있는 투자 매력은.

"우선 러시아는 시장이 크다.

러시아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기업들은 판매시장을 걱정할
우려가 없다.

둘째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이 풍부하다.

셋째 공업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어 기존의 생산시설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수 있다.

넷째 구매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시장으로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투자현황은 어떤가.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불안을 우려해 투자를 꺼려
왔다.

소련에서 러시아로 넘어간지 5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한국의 대러시아
총투자액은 1억8백만달러로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총투자액의 3.3%에
불과하다.

그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너무 미약한 숫자다"

-투자가 저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러시아에서는 세금이 너무 높아서 이윤을 거둬들일수 없다는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고정관념이다.

가장 좋은 조건에서 투자해 이윤을 얻으려는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다.

우선 러시아경제는 이제 안정을 되찾았다.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은 내국인 대우를 받는다.

나홋카 특구에 관한 협정을 통해 한국기업들은 오히려 내국인보다도
더 좋은 조건을 보장받았다.

정치적으로도 안정세를 되찾아 가고 있다"

-나홋카특구 이외에 한국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추가조치는 없는가.

"한국에서는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한국기업들의 러시아투자를 활성화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번 양국 경제협력위원회 회의노트에는 중요한 문구가
삽입됐다.

한국정부가 러시아에 투자하는 한국기업에 대한 지원책으로 "러시아
투자보장특별기금"(가칭)설립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이다.

이 기금이 만들어질 경우 앞으로 한국기업들의 러시아 진출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

-러시아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특혜조치를 실시할 계획은.

"외국인 투자유치 마스터플랜의 1조항은 경제안정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내국인대우 이상의 특혜를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일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식 시장개방정책의 전례를 얘기한다.

한국기업들도 중국의 예를 들어 외국기업들에 대해 특혜를 줘야 한다는
제안을 많이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 다르다.

러시아는 중국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공업잠재력이 막강하다.

공업기지도 이미 갖춰져 있다.

기초과학이나 생산기지 자원 등도 대단히 풍부하다.

따라서 중국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를 발전의 모델로 삼고 있나.

"러시아가 어느나라를 모델로 삼아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중국의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보면서 성장률이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시골에 가면 사는게 어려울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러시아는 다르다.

따라서 러시아시민들의 요구는 한차원 높다.

러시아는 거대한 국가이기 때문에 특정 투자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시킬수는 없다.

러시아는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가 국내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러시아는 사회주의를 버리고 완전한 자유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인가.

"그렇다.

국제금융기구 등에서 어느정도의 사회주의 틀을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보장제도 등의 측면에서다.

그러나 러시아(지도부)의 생각은 다르다.

사회보장에서도 비합리적인 투자나 제도는 버릴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보조다.

러시아는 농업에 대한 보조를 많이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비효율적인 생산부문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농업부문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정도의 지원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러시아는 "마피아 경제"가 지배한다는 좋지 않는 이미지도 만연해 있는데.

"마피아 경제는 일정기간 과도기적으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 기간도 다
끝났다.

한국이나 세계 어느나라의 경제에도 "법대로" 되지않는 여러 사건들이
있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닐 뿐이지 별다른 마피아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국가소유 재산을 혁명적인 방법으로 단기간내에 민간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서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고 일부 사람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다보니 소위 "마피아경제"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나눌수 있는 모든 재산이 나눠졌기 때문에 더이상
마피아경제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번 방한기간동안 한국관리들과 기업인들로부터 한국경제가 시련을
겪고 있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실제로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해외에 자본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을 직접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생산문화가 대단히 높은 수준에 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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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경제 회복 되는가 ]]

러시아 경제가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올 1월들어 지난 6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시대를 마감하고 0.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 성장눈금은 1%를 넘어섰다.

올 한햇동안 0.2%의 성장을 달성한뒤 2000년까지는 연간 성장률을 6%대로
끌어올리겠다는게 러시아 정부의 야심이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을 보면 이런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 "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간 2천%까지 치솟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를 21.6%까지 끌어내렸다.

실질임금은 6% 상승했다.

지난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국민수도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수출전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대외무역액은 수출 8백76억달러, 수입 4백62억달러로 전년대비
5%의 증가를 기록했다.

국제사회가 이런 러시아의 경제회생을 인정하면서 자금조달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재 상황으로 봐서 러시아경제는 올해 오랜 경제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며"특히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안정됐다는 점이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렇게 러시아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경제개혁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산업구조를 자유경제시장 체제에 맞도록 개편했다.

정부통제의 가격구조를 뜯어 고쳤으며 직접투자법 개정 등을 통해
해외자본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기업간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시장수요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기업설립 붐이 서서히 일어났다.

이는 고용과 가계소득의 증대로 이어졌으며 결국 소비증가를 낳게 됐다.

물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생산의 불안정,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감소, 부채증가, 재정수입감소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첩첩이 쌓여있다.

그러나 자유경제체제로 경제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만은 단호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