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낀 유서깊은 대도시들에는 선상관공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도시를 가로 지르는 강의 양안에는 역사적인 건조물들이 들어서 그
도시의 특징과 향취를 한껏 드러내 준다.

그 대표적인 도시들로 파리와 런던을 들수 있다.

센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을 타고 수많은 다리를 빠져나갈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 상념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건조물들이
눈에 들어 오는가하면 다양하기 그지없는 건축양식에서 심미안의 생성을
은연중 감지하게 된다.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재판소의 대기실로 사용된바 있는 콩세르주리를
비롯한 웅장한 최고재판소, 14세기 초반에 완공된 초기도딕건축의 최고
걸작인 노트르다대성당, 1728년 루이14세의 딸인 부르봉공작부인을 위해
완공한 것으로 현재는 하원 건물인 부르봉궁전, 6세기반의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루브르궁을 세계 최대미술관으로 개조한 루브르박물관이 웅자를
드러낸다.

또한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세워진 그랑팔레-프티팔레와
에펠탑, 역을 개축하여 근대미술품을 집대성 소장한 오르세미술관,
프랑스혁명이후로 시민의 전당이 되어온 시청등도 파리의 지나간 발자취를
떠올려 준다.

센강 선상관광은 E 폴이 "내가 마지막 본 파리"라는 시에서 읊은 구절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고도 남는다.

"파리는 무궁무진한 도시/그 추억 또한 그러하리라"

런던의 템즈강 선상관광도 그에 못지 않다.

시계탑인 빅벤과 국회의사당, 런던 탑, 런던시청 캔터베리 대주교의
저택인 램버스궁, 내셔널 갤러리와 로열 페스티벌 홀, 테이드 겔러리,
대화재기념탑, 타워 부르지 등의 건조물이 강을 따라 이어지면서 런던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서울시도 "한강 8경"을 발굴하여 세계적 선상관광코스를 개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계획을 제대로 실현시키기에는 때가 늦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 없다.

양안에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천편일률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건물들이
들어서 환경여건을 망쳐버린지 이미 오래지 않는가.

그 사이에다 몇몇 유적지와 생태섬 나루터를 개발해 놓은다 해서
관광메카가 될지 의문이다.

센이나 템스의 선상관광여건이 하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