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기준 은행권 여신잔액이 2천5백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16개
재벌들에 대한 주거래은행 신규 지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은 새로 여신주거래은행제도의 적용을
받게되는 재벌기업들의 주거래은행을 지정해 이달말까지 은행감독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대부분의 은행들이 주거래은행을 맡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는 올해들어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로 쓰러지거나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된데다 앞으로의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신규 재벌들이
신용위기를 겪을 가능성이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증권가 등에서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몇몇
신규 재벌들에 대해서는 각 은행들이 무슨 이유를 붙여서든지 주거래은행을
맡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여신규모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
은행거래 기간이나 은행과의친밀성 등 주거래은행 지정을 피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로 주거래은행 지정을 받게 되는 업체들
가운데 현재의 경영상태나 앞으로의 신용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업체는 1~2개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대다수 은행들이
어떻게든 주거래은행으로선정되기를 피하려 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보그룹 주거래은행을 선정할때도 제일.서울.조흥은행 등이 서로
떠맡지않으려고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여신최다 은행인 제일은행이 맡은 바
있다.

이에대해 은감원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과거와 달라져 은행권의 협의가
다소난항을 겪을 전망이나 결국 주거래은행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여신 및 담보 최다은행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감원은 최근 여신잔액을 기준으로 16개 신규 재벌들을 6개 시중은행에
배정, 주거래 은행 지정작업을 주관하도록 했는데 은행별 주관 기업군들은
조흥은행이 거평.영풍.세풍.태광산업 등 4개, 외환은행이 수산중공업.신원.
나산.삼환기업.데이콤등 5개, 한일은행이 보성.조선맥주.풍림산업 등 3개,
서울은행이 진도와 대동주택등 2개, 상업은행이 극동건설, 신한은행이
제일제당 등으로 되어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