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방콕과 콸라룸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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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말레이시아.
남북으로 국경을 맞대고 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맹주를 겨루고 있는
두 나라는 동남아 통화위기의 한복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콕은 어수선함 속에 불안감이 퍼져가고 있는데 반해 콸라룸푸르는 잘
짜여진 질서속에 안정감을 누리고 있다.
정부의 지도력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경제체력 차이가 이런 차별화를
낳고 있다.
동남아 통화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태국은 심한 불신에 시달리며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말 집권한 차왈릿 총리는 지난 2일 변동환율제로 이행하기 3일전에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천명, 외면을 받고 있다.
올들어서만 경제정책의 핵심인 재무부장관을 세번이나 갈아치워 정책
일관성도 잃어버렸다.
태국 최대은행인 방콕은행 회장 등 지도층이 바트화 폭락전 달러를 대량
사들이는 환투기에 나섰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BOT는 변동환율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조만간
고정환율제로 돌아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반국민들은 금사재기와 임금인상요구에 나서고 기업들은 가격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가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남의 일이어서 "마이뻬라이(괜찮다)"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와 정반대다.
국민들은 네가라은행(중앙은행)이 링기트화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링기트가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석유 고무 등 자원수출로 연간 1백억달러를 챙길 수 있는 기본체력과
자동차(proton)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정책구상겸 휴가를 위해 국정을 안와르 총리서리(재무부
장관겸임)에 맡기고 장기외유를 즐기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기아의 "사실상" 부도에 따른 신용위험증가와 휴전선 교전...
이번 동남아 외환위기를 이끌고 있는 헤지펀드(핫머니)에 한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비슷하게 비쳐지고 있다.
핫머니의 공격이 있기전에 정책신뢰성을 확보하고 경제체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방콕과 콸라룸푸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홍찬선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
남북으로 국경을 맞대고 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맹주를 겨루고 있는
두 나라는 동남아 통화위기의 한복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콕은 어수선함 속에 불안감이 퍼져가고 있는데 반해 콸라룸푸르는 잘
짜여진 질서속에 안정감을 누리고 있다.
정부의 지도력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경제체력 차이가 이런 차별화를
낳고 있다.
동남아 통화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태국은 심한 불신에 시달리며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말 집권한 차왈릿 총리는 지난 2일 변동환율제로 이행하기 3일전에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천명, 외면을 받고 있다.
올들어서만 경제정책의 핵심인 재무부장관을 세번이나 갈아치워 정책
일관성도 잃어버렸다.
태국 최대은행인 방콕은행 회장 등 지도층이 바트화 폭락전 달러를 대량
사들이는 환투기에 나섰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BOT는 변동환율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조만간
고정환율제로 돌아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반국민들은 금사재기와 임금인상요구에 나서고 기업들은 가격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가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남의 일이어서 "마이뻬라이(괜찮다)"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와 정반대다.
국민들은 네가라은행(중앙은행)이 링기트화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링기트가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석유 고무 등 자원수출로 연간 1백억달러를 챙길 수 있는 기본체력과
자동차(proton)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정책구상겸 휴가를 위해 국정을 안와르 총리서리(재무부
장관겸임)에 맡기고 장기외유를 즐기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기아의 "사실상" 부도에 따른 신용위험증가와 휴전선 교전...
이번 동남아 외환위기를 이끌고 있는 헤지펀드(핫머니)에 한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비슷하게 비쳐지고 있다.
핫머니의 공격이 있기전에 정책신뢰성을 확보하고 경제체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방콕과 콸라룸푸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홍찬선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