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나라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각기 제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연극도
가능한가.

극단 유 (대표 유인촌)의 세계연극제 특별 공연작 "리어왕" (9월10일~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이 "다국적 연극"으로 기획돼 관심을 끈다.

출연진은 유인촌 윤석화 등 한국배우 9명과 미국 독일 일본 멕시코
불가리아 등 외국배우 11명 등 6개국 20명.

배우들은 극중 영어나 한국어 등 하나의 통일된 언어를 사용치 않고
각기 모국어를 사용, 6개국어로 연극이 진행된다.

연출자 김정옥 교수 (중앙대)는 "작품의 시대 배경을 세익스피어
원작보다 2천년 앞서도록 설정, 원시시대의 언어혼란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이 제각각 자기나라 말을 사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에선 현란한 대사를 자제하고 몸동작만으로 관객들이
극의 흐름을 충분히 좇아갈수 있도록 했다"며 "이 무대가 언어 차이에
따른 민족간 불화를 깨고 세계인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자리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어왕의 세째딸 커어딜리어역을 맡는 윤석화씨는 "각국 언어를 한
무대에 뒤섞음으로써 현대연극 흐름중 하나인 언어 해체를 시도해보게
됐다"며 "연극의 중심기호가 희곡 (언어)이 아니라 연기자임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설명과 달리 다국적 언어로 구성되는 연극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극은 어떤 공연예술보다도 언어의존성이 높은 장르인데 극을
끌어가는 기본언어가 없다면 어떻게 내용을 알수 있겠느냐" "세익스피어의
원작이 인간심리를 묘사하는 풍부한 대사로 진가를 발휘하는데 대사를
줄이면 세익스피어 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극단유는 자막처리와 어릿광대로 극 흐름을 알려줄 예정이어서
문제없다고 밝혔다.

"리어왕"은 서울에 이어 9월말께 일본에서 공연되고, 내년에는 미국
독일에서 순회공연된다.

문의 3444-0651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