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이며 활달한 육조풍의 해서를 여성적으로 부드럽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정진할 생각입니다"

제9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구봉 송익필 선생의 시 "숙귀학정"을
예서로 써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정복순(45.서울 광진구 광장동
287의 1)씨는 의욕만 앞선채 필이 따라주지 않은 것같아 걱정했는데
대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 아버님을 위해 먹을 갈면 칭찬을 많이 해줘 서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여성이 접근하기 힘든 서체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독자적인 틀을 만들어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소 북위해서의 웅대함과 강건함에 매료돼 장맹용비 용문이십품 고정비
정희하비 등을 공부해왔다는 그는 이가운데 특히 남성적이며 힘이 넘치는
정희하비의 필의를 이번 작품에 가장 많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글과 한문 사군자 전각등 4개 부문으로 나눠진 올해 서예대전에서는
한문서예, 특히 예서부문에서 수작이 대거 출품돼 정씨의 수상은 더욱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수상작인 "숙귀학정"은 서정적인 이미지의 선경을 노래한 매우 아름다운
시.

"좋은시를 좋은 글씨로 남기고 좋은 결과도 얻으라"는 친구의 말에 힘을
얻어 출품하게 됐다고.

혼자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수 있고 아울러 자기성찰의 기회도
가질수 있다는 게 서예의 가장 큰 매력인 것같다고 말한 그는 현재 서울
광장동에서 "가산서실"이라는 서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서예공부는 75년부터 시작했고 구당 여원구 선생에 사사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