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알루미늄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세명코레스는 이달초 코스닥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실권주를 공모했다.

세명코레스가 실시한 실권주 공모가 관심을 모았던 것은 거래소시장에서의
실권주 공모와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대부분 대주주 지분이 70~80% 이상이어서 증자를
실시하더라도 대주주가 주금의 대부분을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증자참여는 상당히 제한됐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증자참여를 유도하려면 대주주가 실권을 하고 실권주를
일반인대상으로 공모하는 방법밖에 없다.

세명코레스는 이같은 방식으로 자본금을 25억3천만원에서 27억3천만원으로
늘렸고 2억4천만원의 주식발행 초과금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실권주 공모가 화제가 됐으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코스닥시장을
자금조달 창구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가 아직까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닥시장은 대주주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증자를 하더라도 어차피 대주주가 대부분 자금을 대야 하는 데다 지분
분산을 꺼리는 대주주들도 있어 실권주 공모도 선호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코스닥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쏟지 않고 있고
상장을 위한 전단계"(C사 K사장)로 인식하는게 대부분이다.

이같은 무관심으로 상당수 코스닥기업들은 지분분산요건 등 각종 규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 주식분산기준이 미달된 59개사가 무더기로 투자유의종목으로
새로 지정됐고 등록 취소대상 종목도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1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최근들어서는 대주주들과 일부 세력들이 연계해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

"유망 벤처기업으로 알려진 A사의 경우 일부 투자가들이 대주주에게 일정
지분을 내주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대주주는 10%정도를 이 투자가에 내줬고 이후 주가가 3배이상 올랐습니다.

그러자 대주주는 자본금을 2배이상 늘리는 증자를 실시했습니다"

한 투신사의 펀드매니저가 밝히는 이상 주가급등 사례다.

대주주와 일부 세력들의 담합으로 선의의 일반 피해자들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코스닥시장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들이 아예 코스닥시장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을 갖는다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코스닥시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협회의 무책임 행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예산탓을 하며 기업의 주식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코스닥시장 활용방안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 기회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세명코레스도 실권주 공모사례가 한번도 없어 실무 담당자들이
방법과 절차를 제대로 몰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기업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면 굳이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석태 케이씨텍 사장)고
말하는 벤처기업가들이 많다.

코스닥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전환과 운영을 맡고 있는 기관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