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예비선거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며칠 사이 북한과 관련된
내외신의 크고 작은 접종보도는 어느것 하나 홀대하기 어려운 중요성을
띠고있다.

주석직 승계와 동시에 4자회담이 박두하는 내외 정세속에 북한군
10여명이 군사분계선을 월경, 총질을 하고난 직후라는 시점을 고려하더라도
22~23일 전후에 유난히 집중된 북한관련 여러가지 보도의 내용들은 5개월
앞의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한반도문제에 있어 본질적 변화의 징후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우선 레이니-넌 등 미국 요인들의 방북시 협의사항인 휴전선의 군사
핫라인 설치문제는 북의 한국배제 대미접근의 저의에도 불구, 미국의 자국
민간항공기의 북한영공 통과허용조치와 함께 전쟁재발 억지와 개방으로의
진일보란 긍정적 평가를 가능케 한다.

물론 대미 단독교섭을 오로지 주한미군철수 유도로 연결시키는 고식적
시각은 누구보다 북한 자신이 불식해야 한다.

그 위에 북송 일본인 처의 고향방문 조기실현 합의와 1억8천만달러
규모의 나진-선봉 외국인 호텔신축 입찰실시, 경수로공사 참여 한국인력
17명의 현지도착과 2차 식량지원을 위한 남북적 베이징회담 진전은 거의
함께 일어난 사태진전으로, 불연속-독립적이라기 보다 일련의 상관적
상환전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반대적 해석이 가능한 코언 미 국방장관의 "북의 도발엔 파멸이
있을뿐"이란 논평과 "남북한 균형외교 유지"라는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 역시 의외성은 적지만 잘만 하면 한반도문제 진전에
장애요인 보다는 촉진제가 될수도 있다고 본다.

그중에도 가장 작지만 뜻깊은 보도는 북한이 가족-친척 영농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조총련 매체를 통한 간접보도 형식이지만 북한이 집단영농의
비효율성을 시정키 위해 가족들의 영농을 권장, 목표초과 소출을 차지토록
허용한다는 방향이다.

이는 아직은 미확인 단계이지만 질적으로 있을수 있는 가장 큰, 바람직한
변화이다.

오늘의 중국의 성공은 인민공사 집단영농의 실패를 덩샤오핑이 교훈으로
새겨 개인영농 허용으로 78년에 첫발을 내디딘 개혁개방이 결실인 것이다.

만일 주석승계를 앞둔 김정일이 뒤늦게나마 중국의 개방노선을
받아들인다면 흉작과 식량난을 극복하는 기본적 접근로를 비로소 찾는
셈이다.

근일 집중된 북한의 여러 긍정적 움직임이 모두 단계적으로 현실화된다면
당장의 수렁에서 발을 빼는 것은 물론 전쟁회피 개방 교역 경제회복의 올바른
대로에 진입하는 힘이 될 것이다.

설령 그런 개방이 세습 독재체제를 위협한다고 해도 끝내 폐쇄를
고집하다가 자멸하는 길보다는 훨씬 더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김정일
집단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대선승리와 권력의 향수가 집권이 간절하다 해도 여-야 막론,
정치권은 숨가삐 돌아가는 한반도 내외정세에 대비책을 제시하며 역사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렇지 않고 잿밥에 마음을 쓰면 전철을 밟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