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순환이 사실상 마비 상태다.

종금사들은 초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신규어음할인을 일체 중단한 상태며
은행도 신규대출은 물론 진성어음 할인마저 기피해 기업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이 자금운용을 극도로
보수화하면서 어음시장에서는 신규여신이 사실상 중단되고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도 극히 선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상품의 거래자체가 급감해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금사들은 "은행신탁 등에서 현대 삼성 LG 등 거대그룹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제외하곤 사가지 않는다"며 "잇단 부도유예협약으로
유동성이 떨어져 종금사 자체부담으로는 신규 어음할인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초우량기업이 1주일이내 만기로 빌려가는 초단기어음시장 정도만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지방종금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신탁이 종금사가 지급보증한 어음도
가려서 사가고 있다"며 "금융기관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만연돼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CP할인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은행들이 CP매입 자체를
극도로 자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따른 영향이 크다며 금리를 올려서
라도 사겠다고 했으면 금리는 급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이같은 자금시장상황이 8월로 이어지고 자금성수기인 9월까지
지속된다면 자칫 경제기반자체가 흔들려 금융위기나 신용공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