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재계의 총수세습제도는 무너지는 것인가.

마쓰시다전기의 전사장(현 상담역)인 야마시타 도시히코씨가 창업자인
마쓰시타일가의 경영참여를 공개 비판한 것을 계기로 일본재계의 총수자리
대물림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총회꾼들과의 검은 커넥션으로 땅에 떨어진 이미지를 회복하려던 재계가
또다시 오너세습 파문을 맞게된 것이다.

일본 최대 수퍼체인인 다이에는 나카우치 이사오회장의 장남인 나카우치
준부사장을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의 대표로 임명하고 그대신 주력기업들은
전문 경영인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물론 총수세습에 대한 안팎의 곱지안은 시선을 의식한 결과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토요카사도 스즈키 토시후미 현전문경영인 체제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게되자 창업주의 장남인 이토 힐히사 전무의 거취문제를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창업주의 장남으로 지난달 대표자리를 물려받은 유통업체 자스코사의
오카다 모토야사장은 취임직후 "세습은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전제,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각오로 일하고 있다"며 대를 잇는 자리물림은 자신에서
끝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소니사도 창업주인 모리타 아키오씨의 2남인 모리타 마사오씨의 집행위원
선임과 관련 "집행위원직은 사내분사의 업무책임자 정도"라며 오너세습과는
관계없음을 강조했다.

재계세습제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일단 총수자리에 올라선 후계자들이
조기퇴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이버페트인 다마고치로 유명해진 반다이사의 후계자인 야마시나 마코토
회장은 지난달 세가엔터프라이지스와의 합병 불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
회사의 실세직인 대표이사 사장자리를 물러나 명분상의 회장직을 맡게 됐다.

이에앞서 세이부백화점의 미즈노 세이치, 이세탄백화점의 코스게 쿠니야스,
산요증권의 쓰치야 요이치 등도 세습후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를 물러난 인물이다.

국제화 개방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식 경영의 특징으로 지적돼온 총수세습
제도는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것 같은 분위기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