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중앙은행및 금융감독제도 개편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한국은행
의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도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를 갖고 정부에 대한 자문답신
에 담을 내용을 숙의했다.

한은은 이날 직원일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입법예고안은 문자그대로
관치금융의 법제화이며 금융자율과 경쟁원리 회복이라는 당초 금융개혁의
취지를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은은 이어 "한보에 이어 기아의 부도로 국가경제의 근본이 흔들리는 상황
에서 소모적인 금융개혁안 논의로 국력을 낭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법예고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한은은 입법예고안중 "한국중앙은행"의 명칭부터 문제를 삼고나섰다.

특별한 이유없이 한국은행의 명칭을 한국중앙은행으로 변경함으로써
중앙은행을 금통위와 집행부로 이원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이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물가안정목표등 통화신용정책 운용
계획을 수립토록 한 것은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및 자율성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3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정부기구화하는 방안은 감독기능의 자율성을
상실케함으로써 지금까지 국내금융의 고질적 병폐였던 관치금융을 오히려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통합금융감독기구의 발족및 운영에 따른 소요경비를 금융기관 출연금및
분담금등으로 충당토록 한 것은 현재 부실여신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기관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조만간 12인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은행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3개 금융감독기관 노조협의회는
24일 낮12시부터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앞에서 연합집회를 갖고 정부의
감독기구 통합시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3개 노조는 신한국당이 관련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신한국당 해체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3개기관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이날 정례간담회를 오후까지 연장, 정부의
중앙은행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금통위는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정리, 다음달 5일까지 정부에
제출하고 보완을 요구할 방침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