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광주지역에서는 아시아자동차와 협력업체 살리기가 단연 화두다.

30여개 시민단체들이 아시아자동차 및 협력업체살리기 시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일반시민들도 쌈지돈을 털어 아시아자동차 살리기에 보태라며 지원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역언론들은 아시아자동차의 광고를 무료로 게재하고 있다.

각계각층이 아시아자동차 지원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아시아자동차 및 협력업체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코앞에 닥쳐온 부도위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이 제시하는 진성어음을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할인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인 S사는 21일 2천4백만원의 진성어음 할인을 위해
제일은행 명동지점을 찾았으나 문전박대만 당했다.

M사도 이날 거래은행인 중소기업은행 서광주지점을 찾았으나 담당자가
책임질 수 없다며 어음할인을 거부했다.

D사와 G사도 외환은행과 한일은행 하남공단지점에 어음할인을 요청했으나
헛걸음쳤다.

정부가 협력업체의 어음을 할인토록 했으나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송언종 광주시장이 은행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음할인을 하소연하고
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음할인 재개만을 기다리던 협력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인 나맹환 금성기계 사장은 "정신이 혼미할 지경"
이라고 한마디로 말했다.

이대로 가면 세금은 고사하고 종업원들이 식대도 못 낼 처지에 몰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사장은 이대로 가면 이달말에 50%의 협력업체들이 부도를 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없이는 하청업체를 포함해 광주지역 고용인력의
34.8%인 2만4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광주시민들은 정부의 지원이 늦어져 아시아자동차 및 협력업체 살리기가
무위로 끝나지 않을까 초조해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지역경제계의 속타는 마츰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을까.

최수용 < 사회1부 광주주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