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한경서평위원회
** 저 자 : 아메스토
** 역 자 : 허종열
**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사

"밀레니엄"은 서기 1천년께부터 20세기말까지 지난 1천년간의 인류역사를
문명의 흥망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인류역사를 1천년 단위로 나눠 보고자 하는 이 책은 인류는 서기
1천년대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상호접촉.교류하면서 패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고 파악한다.

이 책은 지난 1천년간 오대양 육대주에서 진행된 개별문명들의 흥망사를
그들 상호관계에 나타난 주도권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그 요지는
그동안 세계문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부터 서서히 서쪽으로 이동해 지중해와
대서양을 거쳐 태평양지역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나의 새로운 유형의 세계사를 시도하는 "밀레니엄"은 역사인식과 서술의
측면에서 몇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이 책은 종래 세계사 서술에서 지배적이었던 서양중심의 시각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지난 1천년간의 세계사의 흐름에서 서양의 우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며 단명한 것이었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이 책은 엘리자베스I세의 잉글랜드보다 알 만수르의 모로코에
대하여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15~16세기 스페인과 포르투칼보다 마야와
아즈텍 그리고 잉카문명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둘째, 서양중심의 시각을 극복함과 동시에 아득하게 먼 미래의 관점에서
역사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것은 기존의 통념과 다른 시각에서 역사적 사실의 의미와 중요성을
재검토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이 책에는 흔히 세계사적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인식되는 프랑스
대혁명이나 러시아혁명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다.

앞으로 수천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그것들은 시공적으로
그 의미가 극히 제한된 "지방적"사건에 불과하다고 판명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 것은 오히려 문화나 문명이 서로
마주치며 나타나는 변화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때때로 베이징같은 대도시보다 신장같은 변두리
지역에 주목한다.

세째 "밀레니엄"의 역사서술을 구성하는 것은 개념과 이론을 동원한
논증적인 분석이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려한 이야기들이다.

달리 표현하면 이 책에는 상인 기업가 그리고 금융업자에 대한 이야기는
있지만 "자본주의"애 대한 언급은 없으며, 기사와 농민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있지만 "봉건제도"에 대한 서술은 발견할 수 없다.

관심과 흥미를 일깨우는 일화들과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3백20여장의 그림과 사진 자료들이다.

역사를 "상상력의 예술"로 파악하는 이 책은 유물과 유적, 포스터와
시사만화 등 다양한 이들 시각자료를 통해 생생하고도 인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점에서 새로움이 돋보이는 "밀레니엄"은 또다른
밀레니엄으로 역사의 전환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 사람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안병직 < 서울대 교수 / 서양사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