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간의 경쟁과 서비스간의 융합".

정보통신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징하는데는 이같은 말이면 충분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사업체가 잇달아 생기면서 기업간의 경쟁은 물론
유사 서비스가 경합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다른 한편에선 이종 서비스간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현상은 통신서비스분야에서 특히 눈에 띈다.

지난 91년말 데이콤이 국제전화사업에 진출,1백여년간 지속된 "1서비스
1사"의 독점상태가 깨진지 6년만에 무려 37개의 통신사업자가 10개분야에서
경합하는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2~3개업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정립됐으며 수도권
무선호출의 경우 4개업체가 치열한 시장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서비스 성격이 비슷한 이동전화와 개인휴대통신(PCS)은 오는 8월
PCS의 시범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5개사가 맞붙는 사상초유의 대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정보통신서비스산업인 PC통신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장은 데이콤 한국PC통신 나우콤등 3개의 전문업체가 분점해 왔으나
지난 96년1월 삼성그룹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후원세력을 등에 업고 삼성SDS의 유니텔이 빠른
속도로 성장, 4강체제를 형성했으며 지난해 현대그룹에 이어 올해 선경 LG
등 대기업그룹이 속속 참여하면서 경쟁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견케 하고
있다.

영역허물기는 시외전화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유선전화회사 몫으로 인식돼온 이 시장을 이동전화와 시티폰이
큰폭으로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특히 시티폰을 이용해 시외전화를 하면 유선전화보다 요금이 저렴해 시외
전화회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PC통신을 할때도 더이상 전화선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유선이란 전통적인 수단을 대신할 무선데이터통신이 오는 8월부터 선보이기
때문이다.

무선데이터통신은 달리는 차안에서도, 휴가지에서도, 산간벽지에서도 PC
통신을 즐기고 인터넷으로 세계각국을 넘나들수 있도록 해준다.

무선데이터통신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수 있다.

특화된 서비스인 무선데이터통신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주파수공용통신
(TRS).

TRS는 음성통화와 동시에 데이터통신을 할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물류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가 뉴스등 짧은 정보를 얻는 데이터통신에는 문자무선호출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동전화와 PCS도 곧 데이터서비스에 나서면서 이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산업분야에선 영역허물기가 이미 일반화돼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호스트컴퓨터로 활용되던 대형컴퓨터가 클라이언트-서버
개념을 등에 업은 중형컴퓨터에 밀려 옛날의 영화를 잃은지 오래다.

최근에는 PC가 펜티엄칩을 2개 사용해 워크스테이션급 성능을 내면서 기업
전산시스템의 중추역할까지 하고 있다.

프린터도 예외는 아니다.

잉크젯프린터가 컬러처리기능을 갖추고 인쇄품질이 높아지면서 그래픽출력
장치의 대표주자인 레이저프린터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경쟁과 영역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업체간의 합종연횡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그룹과 IBM이 손잡고 국내 PC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 유통망이 뛰어난 LG그룹과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IBM이
제휴, "만년 3위"를 벗어나겠다는 의지이다.

또 현대전자는 일본 아도사와 손잡고 컴퓨터 유통회사인 티존코리아를
설립한데 이어 세계최대의 PC회사인 미국 컴팩과의 제휴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은 통신서비스 업체의 기업경영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쟁시대에 필수적인 고객확보를 위해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를 향상하는 등
진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선택요금제등을 도입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도 일반화됐고 프로스포츠에 참여해 인지도를 높이는 스포츠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정보통신업체들이 경쟁시대에 맞춰 보여줄 새로운 변신이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