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LP판을 꺼내 듣는 느낌.

MBCTV 새주말드라마 "예스터데이" (토 일 7시50분~9시)는 서정적인
음악과 수채화 같은 화면이 돋보이는 멜러드라마다.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지만 요즘의 톡톡튀는 트랜드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비틀즈음악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감상적인 톤으로 전개된다.

1편은 78년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들의 어린시절.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모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영호는 뺑소니차에
양친을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다.

그는 한 부자집에 입양되지만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선행"을 베풀었던
양부모밑에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채 외롭게 자란다.

마음 한구석 애틋하게 품은 승혜에 대한 사랑.

승혜는 아버지 (조경환)의 강요로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떠난다.

영호에게 "예스터데이" 레코드판을 남긴채.

2편은 세월을 훌쩍 넘어 87년.

재수생 영호 (이종원)는 극장앞에서 우연히 대학생이 된 승혜 (김소연)를
보게되고 연락이 닿은 둘은 재회한다.

1,2편에 걸쳐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배경음악.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예스터데이"를 비롯 다수의 비틀즈노래와
옛 팝송들이 극 전반에 흐른다.

드라마에서 음악이 극의 분위기를 잡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극에선 지나치게 음악이 강조돼 작위적이란 느낌을 준다.

특히 어린 영호가 부모를 그리워할때마다 낮은 톤으로 깔리던 "즐거운
나의 집"은 너무 자주 사용돼 효과를 반감시킨다.

양자로 들어간 영호가 새부모 (박근형 김영란)로 부터 냉대를 받는 것,
비를 피해 낡은 집에 들어간 영호와 승혜의 우연한 만남, 학교선생님이자
만화가게 주인 봉영춘 (조형기)의 코믹한 캐릭터 등은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설정으로 참신성이 떨어진다.

영화관 앞에서 승혜를 스쳐 지나간후 승혜친구를 만나 다시 연락을
하게 되는 과정도 지나치게 우연적이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표방한 드라마.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 후속편들을 기대해 본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