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해볼만한 점이 많다.
이는 진로그룹이 부도유예협약 첫 대상기업이고 부실기업 정리방식이
처음으로 금융기관간 다자간 협의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또 (주)진로를 비롯 4개 계열사가 정상화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상당한 논란에도 불구, 부도유예협약이 어느정도의 효과를 지녔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이에따라 채권은행단의 이번 결정은 현재 부도유예가 진행중인 대농과
기아그룹의 향후 처리방향에도 일종의 모델케이스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단은 계열사별로 정상화기업과 정리기업으로 분류한 뒤 계열사
여건에 따라 정상화수단을 다양하게 구사하고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부도유예협약 적용->채권행사유예및 기업심사->부도유예
협약 만료->일정기간 채권행사유예및 대출금상환 연장->선별정상화및 정리"
로 요약된다.
채권은행단은 회사를 정리하는 진로종합유통과 제3자에게 매각하는
진로인더스트리즈에 대해 서로 채권행사를 각가 2개월씩 연장했다.
두기업을 정상화대상기업에서 배제시키면서도 시간을 벌게해 그룹전체차원의
자구노력기회와 금융기관의 채권회수 가능성을 만들어 두자는 뜻이다.
그러나 (주)진로 진로건설 진로종합식품 진로쿠어스맥주는 일정기간 대출금
상환 유예를 통해 정상화의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4월의 부도협약적용때와 마찬가지로 채권행사가 유예되지만 그때가
일시적으로 부도를 막기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기업정상화를 위한 조치
라는 점이 다르다.
또 채권행사를 미루면서 금리우대조치를 취해준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대출금상환이 연장된 4개계열사 모두가 기존 고금리.단기대출에서 저금리.
장기대출로 전환됐다.
이는 부실기업의 정상화여부가 해당기업과 금융기관을 공동운명으로 묶는
관계속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있다.
기업은 조기정상화를 바라볼수 있고 금융기관은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통해 부실여신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로와 진로종합식품에 각각 3백69억원및 80억원의 협조융자가
이뤄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쨌든 부도유예협약은 이번 진로처리과정을 통해 협약의 취지를 나름대로
반영했다고 볼수 있다.
또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들에게 구조조정차원에서 어떤 계열사들
을 정리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부도유예협약은 시대상황에 따른 과도기적 제도일 뿐,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 금융권의 눈길은 대농과 기아로 향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