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국토가 좁은데다 산이 많고 이렇다할 지하자원도 별로 없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훨씬 넘는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높은 소득은 근면한 국민성과 높은 과학기술 수준, 알프스의
관광자원, 금융과 무역에서 볼수 있는 약소국으로서의 지혜, 중립정책에
따른 전시낭비 배제 등에 기인되었다.

여기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분야에서의 지혜다.

스위스가 어떻게 세계 금융업의 중심지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스위스는 농림산물 석유 등 원자재와 식량을 수입하고 기계금속
제품 화학제품 등 고도의 완성품을 수출하는 선진국형 무역체제를 갖췄다.

관세율도 세계 최저이고 수입제한도 없고 통화와 외환의 제한도 없는
사유무역주의를 추구해 왔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적자이지만 그것을 관광 수송 해외투자 등 무역외
수입으로 세울수 있어 국제수지는 항상 흑자상태다.

그에 힘입어 스위스프랑화는 가장 안정된 통화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것이 스위스를 세계금융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했다.

더우기 통화와 외환의 제한이 없다 보니 외국자본의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스위스는 급기야 1934년 은행비밀법을 제정하여 "눔버튼 콘도"라는
비밀계좌제도를 신설했다.

그것은 당시 나치독일로부터 박해를 받는 유태인들의 예금을 보호해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부정자로의 은닉온상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멀리는 2차대전때 나치가 주로 유대인들에게서 약탈한 금괴를 현금으로
세탁한 자금의 예치로부터 가깝게는 마르코스 전 필린대통령과 모부투
전자이르대통령의 부정축재자금 은닉, 마약밀거래자금 도피에 이르기까지
비판과 분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자 스위스는 지난 91년에 익명예금계좌제도를 폐지한데 이어
94년에는 보다 강력한 돈세탁규제법안을 마련했었으나 예금 비밀주의는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번에 스위스은행협회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유대인들의
소위가 대부분인 휴면계좌를 공개하는 것을 계기로 비밀계좌의 전통이
깨어질지 주목되는바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