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농촌경제연 연구위원>

7월21일자 한국경제신문 39면 독자페이지 제언란에 실린 강태훈 계명대
교수의 글을 읽고 농정연구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 몇마디 언급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문민정부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이 무원칙한 농정때문에
모두 총체적 부실로 실패하였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최근의 농업정책을 관념적으로 이해한데서 비롯되며 이들
전문가에게 정책변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이런
주장이 자칫 일각의 농업투자 축소론에 편승하여 모처럼 조성된 농정개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적인 농정불신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농업인의
영농의욕을 꺾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첫째 "지난 반세기동안 제대로 성공한 농업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농업분야의 정책성과는 타산업과는 달리 경제학적 잣대만으로도
판단이 쉽지 않아 연구자마다 고심하는 사안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그동안의 농정개혁성과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한
바에 의하면 거시적 농업지표가 향상되고 농업구조와 농가경제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품목별 구조조정과 기술농업진전, 경영규모확대, 전문농업인증가,
농업기계화와 경지정리, 산지와 소비지 유통개선, 농산물가격안정,
농가소득증대, 농촌생활환경개선, 농업인 복지수준향상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자효과가 눈에 띄는 분야로 나타났다.

특히 90년까지 정체상태에 있던 농업성장률이 빠른 성장세로 회복되면서
농업인들이 UR협상당시의 좌절감을 극복하고 건실하게 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국민경제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농업투자의 효율성이 낮다고 하지만 농업발전의 밑바탕에는 생산기반
정비나 기술개발과 같은 정부의 공공투자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정치논리에 의한 과시적 정책과 성급한 정책수행이 실패를
자초했다"고 했는데, 이는 94년에 수립된 "농어촌발전대책과 농정개혁
추진방안"을 부정적인 입장에서 피상적으로 평가한 소치로서 대책수립과
추진에 참여한 많은 농업관계자들이 서운해 할 일이다.

우리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89년 GATT
BOP(국제수지조항)졸업, 미국과의 쇠고기쌍무협상 등으로 개방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3년여의 대책작업끝에
92년부터 42조원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또한 93년말에는 UR협상이 타결되고 농업 농촌이 총체적 위기라고
일컬어지면서 94년초에 대통령직속으로 농어촌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6개월간 수많은 전문가들이 현장확인과 토론과정을 거쳐 정책대안을
건의하였으며, 정부가 이 건의를 받아 부처간 협의와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이런 국민적인 성원속에 15조원의 농어촌특별세에의한 재원도 마련된
것으로 정치적 논리나 성급한 정책결정이라는 지적은 편협된 시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셋째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획일적 정책수행과 사후관리
미비 및 수행과정에서의 부패비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면 수긍되는
측면도 있으나 현시점에서 보면 상당부분이 해소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농정개혁의 중요과제중 하나가 과거 정부주도의 하향식 농정체계를
농업인중심의 상향식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는 농림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하여 94년부터 시.군에서 지역실정에
맞도록 농어촌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농업인의 사업신청을 토대로 중앙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자율농정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지역특색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사업대상자 선정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위해 사업내용
지원규모 지원절차 등 사업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농업인에게 사전에 알릴
수 있도록 농림사업통합지침을 마련하고 공지제도를 통하여 사업신청에서부터
대상자확정단계까지 농업인에게 공개함으로써 대상자 선정의 투명성도
높였다.

그래서 작년부터 두차례의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여기서 밝혀진 문제점들을
토대로 관련규정을 개선했으며, 자치.자율농정을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해
낡은 관행을 타파하는 등 현장중심의 농정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농업은 지난4년간의 농정개혁과 국민적인 성원을 바탕으로 한
투자확충에 힘입어 21세기 선진농업으로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제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농정개혁이 어떻게 열매를 맺느냐 하는 것은
1차적으로 정책담당자나 농업인의 노력여하에 달려있지만 소비자를 비롯하여
국민들로부터도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이 요구되는 때이다.

물론 건설적인 지적에 대해 농정당국이 귀 기울여 들을 사항도 많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에 의한 국론분열은 앞으로의 농업정책방향을 혼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