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중 우리나라의 상품교역조건이 88년 이후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고 한다.

교역조건이 나빠졌다는 것은 수출상품가격이 크게 떨어진 반면 수입상품
가격은 오히려 오르거나 떨어져도 수출가격보다 훨씬 적게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4분기중 수출상품단가는 전년동기에 비해 19.2%가
떨어진 반면 수입단가는 1.4% 하락에 그쳐 이처럼 교역조건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교역조건 악화를 극히 단순화시켜 풀이하면 수출품은 싼 값에 팔고
수입품은 비싸게 사오는 꼴이다.

이는 국가경제로 보면 수출금액이 줄어들어 무역적자의 원인이 되고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수입금액이 줄어 수지악화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통관기준 무역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어섰고 기업들의
수익악화가 극심했던 결과는 이러한 교역조건의 악화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올들어서도 악화정도가 다소 둔화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큰 폭의
수출가격하락 등 교역조건의 악화추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더구나 지난 94년 4.4분기 이후 95년까지는 수입상품가격의 상승이 주된
악화요인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수출가격 하락이 핵심요인이 되고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

근래에 우리의 교역조건이 악화된 요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찾을수 있으나
무엇보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 대종수출상품의 세계시장가격이
공급과잉 등으로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지난해의 반도체가격 폭락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올들어 상당히 급속히 진행된 원화의 평가절하 등도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출단가 하락의 한 요인이다.

수출상품의 국제시세하락을 우리 힘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를 회피할수 있는 길은 신속한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세계수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고 값이 떨어지더라도 채산을 맞출수 있는
비용절감등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길 뿐이다.

더구나 이들 산업의 수출상품이 고가품보다는 저급품위주로 돼있어
가격하락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크다고 보면 기술개발을 통한 고가
고부가가치상품의 개발도 시급하다.

최근 부도처리되거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한보 삼미 기아등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세계시장의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철강 자동차
등이 주력산업이라는 점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지난 6월이후 수출증가율이 다소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교역조건의
개선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수출채산성은 개선되기 어렵다.

지난해 수출물량이 전년에 비해 19%나 늘었음에도 수출액이 3.7% 증가에
그친 것은 수출단가가 13%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총수출금액 1천2백97억달러를 전제로 계산해보면 수출단가하락으로 인한
무역적자요인이 1백60억달러를 넘는다.

교역조건 개선이 왜 필요한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