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6일 고건 국무총리와 강경식 부총리겸 재경원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틀째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계속했다.

이날 질의에 나선 8명의 여야의원들은 경부고속철도의 부실화, 농업정책의
실패, 규제개혁의 미흡함 등을 지적하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경부고속철도 ]

여야의원들은 경부고속철도의 부실시공, 사업비 증액, 공기지연 등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미 WJE사의 경부고속철도 부실시공 조사보고서내용을
경부고속철도공단이 축소, 은폐한 의혹이 짙다며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
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한화갑의원은 "WJE사가 고속철의 부실실태를 기록한 비디오테이프
와 사진첩을 건설교통부와 공단에 제출했으나 공개되지 않았다"며 은폐의혹
을 제기하면서 관련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신한국당 박시균의원은 "계약대로 한다면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내년 4월
차량 12편을 인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차량은 고철이 되고 말 것"이라며
"정부가 위약금지불없이 인수를 3년간 유예토록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홍신의원은 "고속철도 구간 1개소당 평균 3~4개 이상의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축소 은폐된 것은 이해당사자들의 압력과 협박 때문"이라며
"경부고속철도공사 시행업체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총리는 답변을 통해 "교통안전공단을 중심으로 경부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총리는 "WEJ사의 안전점검과 관련된 어떤 자료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며 "축소 은폐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토록 관계부처에 지시하겠다"고
강조했다.

[ 규제완화 ]

신한국당 박명환의원은 "정부의 규제완화 작업이 규제의 핵심보다는 절차와
서류의 간소화에 치중되고, 정부의 정책수행에서 발생한 규제는 정책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며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규제
혁파작업이 재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김범명의원은 "즉흥적인 정책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의 부실화와
부처이기주의나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규제로 인해 양산되고 있는 부의
공공재 등을 줄이기 위해 정책및 규제에 대해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총리는 "규제개혁의 추진과 함께 관련부처의 조직감량및 감량경영을
단계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사회간접자본건설사업 ]

야당의원들은 부산 가덕도 신항만이 "제2의 경부고속철도"가 될 것이라며
사업추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민회의 윤철상의원은 "가덕 신항만이 건설될 경우 막대한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물류비는 계속 증대될 것이고 부산은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며
"국민적 합의나 절차의 정당성,사업타당성중 어느 것 하나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업을 당장 중단, 차기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한화갑의원은 "정부가 다른 공사는 1단계가 끝나야 2단계를 시작
하는데 유독 가덕도항 건설만은 한꺼번에 하려고 한다"며 "광양항 건설을
앞당겨 경부축의 화물적체를 덜어주고 가덕도항은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홍신의원은 "영종도 신공항지대는 지리적 위치로 보아 동북아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인근 지역을 연계해 종합개발하면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시키는데 공헌할수 있다"며 "영종도신공항을 국제
자유도시로 개발하는 "그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은 "영종도신공항은 지리적 경제적으로 타국제공항
과의 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갖추고 있어 24시간 운영가능한 최첨단공항으로
건설하고 있다"며 "완공후 정보 무역 금융 등의 첨단 산업을 유치,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