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각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되고 모든 후보들은 하나같이 "경제대통령"
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각당후보들의 TV토론도 시작됐다.

그들 누구도 경제전문가가 아닌 이상, 위기에 처한 우리경제를 구하여
경제선진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이는 분야 보다도 경제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된다.

그렇다.

경제대통령이라고 해서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위기에 처한 한 나라의 경제를 살려 낸 지도자로 영국의 대처수상이
자주 거론되고 있고, 별볼일 없는 가난한 경제를 중진국 이상의 반열에
올려 놓은 지도자로도 경제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관심과 의지만으로 훌륭한 경제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섣부른 관심과 의지는 한 나라의 경제를 파탄시키는 지름길일수도
있다.

멕시코의 살리나스 전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이 그 좋은 예이다.

훌륭한 경제대통령이 되기위해서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갖추어야 할 자질은 있다.

우선 그는 적어도 우리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멀리는 그들의 손자가 나라의 주인이 되는 2030년후, 짧게는 그의 임기가
끝나는 5년뒤에 우리 국민이 사는 모습과 국토의 모습을 가시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근대화와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둘째, 그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철학과 경제정책에 대해
최소한도의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시장경제중심의 정책과 정부주도정책 중에서, 성장정책과
안정정책중에서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통화정책 재정정책 산업정책 무역정책들을 세세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주어진 정책목표와 그것들간의 상관관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금융실명제와 금융자율화에 대해 전문가들간에 의견이 대립될 때 한쪽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그러한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경제전문가들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제관료와 전문가가 아무리 관리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기본적인 경제철학
이 지도자의 그것과 다를 때엔 정책의 혼선이 빚어질수밖에 없고 이것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들어 경제개혁이 필요할 때 그와 가깝다는 이유로 수구적인 사람을
경제사령탑에 앉히면 경제개혁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넷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기적 비젼을 일관성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모든 새로운 경제정책과 개혁은 단기적으로 부작용이나 이해집단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시행초기에 이러한 과도기적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이나라의 장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정책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뉴스미디어와 국민을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대처수상이 노조개혁과 사회보장개혁 및 민영화를 추진할 때
수많은 비판과 인신공격에 직면했다.

그러나 그녀는 텔레비젼에 직접 출연하여 경제평론가들및 시철자들과
논쟁을 벌이고 자신의 정책의 타당성을 끊임없이 설득하였다.

그 결과 영국의 경제는 10년후 퇴락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일시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수혜자가 되었다.

지도자는 스스로 개혁의 선봉에 나서 몸으로 뛰는 개혁의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밑의 참모들에게 홍보와 설득작업을 맡기고 뒤에서 무게만 잡고 있어서는
아니된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국제적 안목이 필요하다.

개방화, 국제화 그리고 첨단과학의 시대를 맞이하여 바야흐로 세계는
일일생활권으로 접어들고 있다.

어떤 한나라의 새로운 경제정책이나 경제위기가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순식간에 영향을 미친다.

폐쇄적이고 일차원적인 시각을 가진 지도자는 이러한 시대의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다.

새로운 첨단과학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세계의 지도자들과 교유하며
또 필요하면 활발한 경제외교를 펼치는 국제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많은 후보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거론하지만 그가 이 시대에 다시
대통령이 되어도 그러한 경제적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상당한 민주화가 이루어졌고, 많은 선후진국들의 견제를 받는 첨단과학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나라경제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젼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경제적
꿈의 계시자",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스스로 앞장서서 설득하고 개혁을
일관성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개혁의 전도사", 탁월한 국제적 감각으로
몸소 세계시장에서 뛰는 "국제세일즈맨"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바람직한
경제대통령의 자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