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제3자 매각입찰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포철의 한보
인수 불가피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보철강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지목됐던 현대그룹이 두차례에
걸친 공개입찰에 불참해 인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자 포철이 철강업계
컨소시엄을 통해 한보를 떠안는 방안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와 포철쪽의 최근 움직임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그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포철의 김만제 회장은 지난 21일 이례적으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방문했다.

포철은 김회장이 철강협회 회장 자격으로 한보철강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당진제철소를 찾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보철강 인수 후보로 거론될때마다 펄쩍 뛰며 인수불가 입장을
강조해 왔던 포철의 최고경영자가 한보의 제3자 인수가 표류하고 있는
시기에 당진제철소를 방문한 것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게다가 김회장이 당진을 찾은 21일은 고철부족으로 제철소 가동이 중단된
때여서 이같은 시각에 설득력을 더한다.

또 임창렬 통상산업부 장관도 내달 1일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코렉스
설비가동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일련의 행보가 포철의 한보철강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가 아니냐는 견해도 대두하고 있다.

포철 관계자들의 한보철강에 대한 반응도 최근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한보철강의 경우 현대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포철쪽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2차 입찰에 까지 현대가 불참키로 하자 포철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정 못하겠다면 포철이라도 서야 되는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보철강을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공사가 끝나지 않은
B지구의 코렉스 설비등은 고철 덩어리가 되고 가동중인 A지구도 지속
가동이 어려워 결국 파산지경이 될 것"이라며 "국가 경제를 위해서 포철이
가만히 있을수는 없지않느냐"라고도 말했다.

포철이 한보철강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이다.

포철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배경에 대해선 "불가피론"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동안 현대나 삼성등이 인수후보로 오르긴 했으나 6조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신공법 제철소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기업은 역시 포철 밖에
없다는 결론이라는 것.

게다가 당초 인수 가능성이 높았던 현대그룹의 경우 기아사태가 터지면서
당장 기아자동차 방어에 정신을 쏟지 않을 수 없어 한보철강의 새주인
찾기가 오리무중으로 빠진 것도 포철 불가피론의 배경이다.

어쨌든 포철은 한보철강을 떠안더라도 단독으로 인수하기 보다는
철강업계와 컨소시엄으로 공동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것 같다.

단독으로 인수했을때 쏟아질 철강산업 독점화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철강업계 전반의 이해를 조화시킨다는 명분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포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이 문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