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53km, 일본 큐슈에서 85km.

"가깝고도 먼 섬" 대마도에 한국 열풍이 불고 있다.

대마도 최북단의 와니우라 한국전망대에서는 부산 영도가 보인다.

눈앞에 펼쳐진 영도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대마도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멀기만 하다.

한일간 독도영유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마도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지만 평소에는 무관심하다.

찾아오는 한국인이 적은 만큼 교통편이 드물어 보통 후쿠오카나 큐슈를
거쳐서 대마도땅을 밟는다.

이런 대마도에 최근 한국과 한국인을 가까이 하려는 바람이 일고 있다.

대마도의 총인구 4만5천여명중 1만5천여명이 사는 이즈하라현.

이곳에서 매년 8월 첫째주 토.일요일에 섬 최고의 축제인 "아리랑제"가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조선통신사행렬 재현.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국교가 회복된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백년동안 열두차례 일본
에도 (지금의 동경)에 파견됐다.

5백여명에 이르는 통신사 일행의 첫행선지가 이즈하라였다.

당시 1천호가 살던 이즈하라에서 장대한 통신사행렬은 가장 큰 사건이자
볼거리였다.

한일간 선린외교로 조선과의 무역이 활발했던 이 기간이 대마도의 역사상
최고 전성기로 기록돼 있다.

올해는 8월 2~3일 아리랑제가 열린다.

현재 이즈하라 주요 거리에는 "아리랑제"라고 쓰여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이 거리를 전통한복과 부채로 단장한 여인들이 앞장서고 옛 관군의상을
입은 통신사 행렬이 뒤따르며 과거의 화려함을 재현한다.

지난해부터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무용단을 초청, 공연을 열고
밤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이즈하라현 관광상공과 국제교류원 김경일씨(25)는 "외부에서는 왜
한국의 흉내를 내느냐며 비판하지만 주민들은 그들 자신의 축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현상황과 비교해 과거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며 뿌리를 찾으려는
역사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사람들을 만나면 섬주민들은 무척 반가워한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이곳을 여러차례 방문한 이성근 교수 (수원대
일본어학과)는 "본토와 달리 이곳 사람들에게서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각별한 호의를 느낀다"고 얘기했다.

지난 20일엔 일본어학 교재 전문출판사인 일본어뱅크 (사장 조병희)의
한국어뱅크 발족식이 이즈하라 민속향토자료관 앞에서 열렸다.

조사장은 "일본에 제대로 된 한국어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일종의
출정식을 이곳에서 가진 이유는 역사적으로 공식적인 한국어교육이 처음
이뤄진 곳이 대마도인데다 주민들이 호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경일씨가 주 2회 가르치는 한국어 강습에는 20대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밖에 대마도의 한국에 대한 짝사랑은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즈하라에서는 매일 오전 8시, 낮 12시, 오후 6시에 노래를 들려주는데
낮 12시에는 한국동요 "무궁화"의 곡조가 울려퍼진다.

도로의 주요 이정표에는 한글이 병기돼 있고 최근 히타카츠현에 있는
조선역관순란지비 옆에 한국전망대를 아담하게 세워 놓았다.

현지 사람들은 한국의 관광객이 늘어나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를 바란다.

역사적으로 대마도는 한국과 우호상태 때 번성했고 그렇지 못할 때
피폐했다.

그래서인지 대마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거는 희망과 기대가 남달라
보였다.

< 대마도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