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공급과잉 자동차산업' .. 이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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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관련 최대 관심거리로 떠오른 기아사태는 결코 기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기아사태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늘의 기아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 토양을 제공한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을 살펴봐야 할 때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은 여러 각도에서 짚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문제는 역시 공급과잉 문제다.
< 편집자 >
======================================================================
이성용 < AT커니 한국지사장 >
자동차업계는 약 3~5년전에 공급과 관련한 생산능력 사이클을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급과잉은 최근 갑자기 문제로 떠올랐다기 보다는 수년전부터
예견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뉴스 매체에서는 3년전에는 아무일 없는 듯 조용하다가
최근들어 갑자기 이 문제가 대두된 것처럼 공급과잉에 관해 떠들썩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공급과잉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3년전에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죄로 엎질러진
물을 보고 탄식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공급과잉을 푸는 열쇠는 바로 수출을 통한 경쟁력제고다.
자동차가격을 아무리 낮춘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국제경쟁력은 어떠한 수준에 와 있을까.
자동차업체의 경영우위는 그 업체가 생산한 자동차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20년전에는 먹혀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남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은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 및 매지니먼트
프로세스에 달려 있다.
이제는 경쟁업체의 제조 기술을 모방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경쟁력확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보 기술이나 매지니먼트 프로세스와 같은 기업내부의 경쟁우위 요소까지
모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 기업들엔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는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낙후돼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가장 최신이라고 하는 시스템도 80년대의 기술을 응용한 것에
불과할 정도다.
지난 수년간 해외 자동차업계가 큰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국내업체들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 업체의 프로세스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사한 차종이 자동차시장을 가득 메우게 됨에 따라 신제품개발 마케팅
판매 재무 등이 중요한 경쟁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모두 포함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가리켜 핵심 자동차프로세스
(core automotive process)라고 하며 경쟁우위를 획득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일반 대중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해외 자동차업체를 시찰해본 사람이라면 운영방식과 프로세스에
있어 국내 기업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신제품개발 프로세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신차 모델을 개발한다기
보다 기존 모델을 마치 화장을 하듯 조금씩 바꾸어 다시 내놓을 뿐이다.
그래서 거리에 나가보면 차들이 하나같이 비슷비슷하다.
세계적 수준에 달하는 신제품개발 프로세스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개발 프로세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데이터관리(product data
management)가 부재하거나 미흡한 것도 국내 자동차업계가 지니는
문제점이다.
크라이슬러사가 도산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재무전략
때문이 아니라 미니밴 개발과 같은 제품개발프로세스 향상 덕분이었다.
크라이슬러사의 신제품개발 관리 솔루션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주문 관리 프로세스 =국내 자동차업체는 풀 마케팅 시스템(pull
marketing system)하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
푸시 마케팅 시스템(push marketing system)에 너무나도 익숙해 있기
때문에 "예측"이란 단어가 경영진들에게 생소하게 들릴 정도이다.
그 결과 시장상황을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를 미리 파악하여 생산에
연결시키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사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주문 관리 프로세스를
채택하여 정보 기술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주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한다.
<> 조립 라인 제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조립 라인 제어 프로세스
분야에 강하다.
JIT체제도 갖추어져 있으나 재고관리 부문에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한편 현대적인 조립라인 제어시스템을 개발한 도요타사는 자동차 왕국의
제왕자리에 올랐다.
<> 조달 및 하청업체관리 =국내 기업들이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이
부분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절한 하청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이나 체계적인
절차가 없는 실정이다.
구매와 관련하여 자동차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해외 선진 사례와의
격차가 더욱 크다.
자동차 업체들은 하청업체의 낙후성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하지만 정작
개선되어야 할것은 업체들의 조달정책 및 하청업체 관리 체계다.
크라이슬러나 GM은 이 분야에 뛰어난 업체들이다.
이 두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하청업체들의 자격심사나 하청업체와의 공동
부품개발작업 등을 포함한 구매관련 프로세스는 자동차업계의 구매관련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 애프터서비스(부품)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직면한 문제중 한가지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품 애프터세일즈가 소홀히 취급된다
는 점이다.
도요타사를 보면 영업부와 애프터세일즈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부품은 제3의 업체에 의해 판매되고 있다.
<> 파이낸싱 및 회계 =우리나라는 자동차 금융 서비스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새턴사의 경우는 자동차 판매수익보다 자동차금융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훨씬 많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이 부분에 관한한 업체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현재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내에서 리스나 렌터카 등을 통한
수익증대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국내자동차업체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사무직 근로자 30~40%, 생산직 근로자 20~30% 등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차가 한국 땅에 상륙하기 전 이에 대비하여 향후 1년 간 다운사이징을
마쳐야 한다.
두번째, 앞서 말한 6가지 프로세스들을 전면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무직 근로자들의 관림 및 성과 측정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임원직들이 각각의 하부 프로세서에 대한 책임을 맡도록 해야
한다.
세번째, 하청업체 수를 대폭 줄여 경쟁력있는 몇몇 하청업체들과 집중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하청업체들중 40~50%는 합병되거나 파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번째, 우리 나라에는 자체 기술만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자동차업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업체 고유의 기술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된 기술이다.
현재로서는 우리 기술로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존심상하는 일이지만 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업체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자동차 관련 기술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자동차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다섯번째 대부분의 인적 자원이 내국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지식
베이스(knowledhe base)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우수한 해외 엔지니어들을
유치하여 지식 베이스 및 스킬 베이스를 확대해야 한다.
여섯번째 시장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수익성이 있는 시장 세그먼트에만 집중하지 말고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발해야 한다.
일곱번째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세분화되어 있다.
국내 업체들간의 제휴나 공동 프로젝트 수행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공동 R&D프로젝트 및 위험-비용을 분산시키기 위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적기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협력업체들을 포함할 경우 전체 GNP위 4%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흥망성쇠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결국 자동차업계 스스로 전열을 가다듬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2년 후 일본차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극심한 판매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국내 10대 재벌들이 일본차 판매업체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국내 업체들이 체질 개선 노력 여부가 자동차업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
아니다.
우리는 기아사태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늘의 기아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 토양을 제공한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을 살펴봐야 할 때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은 여러 각도에서 짚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문제는 역시 공급과잉 문제다.
< 편집자 >
======================================================================
이성용 < AT커니 한국지사장 >
자동차업계는 약 3~5년전에 공급과 관련한 생산능력 사이클을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급과잉은 최근 갑자기 문제로 떠올랐다기 보다는 수년전부터
예견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뉴스 매체에서는 3년전에는 아무일 없는 듯 조용하다가
최근들어 갑자기 이 문제가 대두된 것처럼 공급과잉에 관해 떠들썩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공급과잉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3년전에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죄로 엎질러진
물을 보고 탄식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공급과잉을 푸는 열쇠는 바로 수출을 통한 경쟁력제고다.
자동차가격을 아무리 낮춘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국제경쟁력은 어떠한 수준에 와 있을까.
자동차업체의 경영우위는 그 업체가 생산한 자동차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20년전에는 먹혀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남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은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 및 매지니먼트
프로세스에 달려 있다.
이제는 경쟁업체의 제조 기술을 모방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경쟁력확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보 기술이나 매지니먼트 프로세스와 같은 기업내부의 경쟁우위 요소까지
모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 기업들엔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는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낙후돼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가장 최신이라고 하는 시스템도 80년대의 기술을 응용한 것에
불과할 정도다.
지난 수년간 해외 자동차업계가 큰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국내업체들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 업체의 프로세스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사한 차종이 자동차시장을 가득 메우게 됨에 따라 신제품개발 마케팅
판매 재무 등이 중요한 경쟁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모두 포함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가리켜 핵심 자동차프로세스
(core automotive process)라고 하며 경쟁우위를 획득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일반 대중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해외 자동차업체를 시찰해본 사람이라면 운영방식과 프로세스에
있어 국내 기업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신제품개발 프로세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신차 모델을 개발한다기
보다 기존 모델을 마치 화장을 하듯 조금씩 바꾸어 다시 내놓을 뿐이다.
그래서 거리에 나가보면 차들이 하나같이 비슷비슷하다.
세계적 수준에 달하는 신제품개발 프로세스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개발 프로세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데이터관리(product data
management)가 부재하거나 미흡한 것도 국내 자동차업계가 지니는
문제점이다.
크라이슬러사가 도산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재무전략
때문이 아니라 미니밴 개발과 같은 제품개발프로세스 향상 덕분이었다.
크라이슬러사의 신제품개발 관리 솔루션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주문 관리 프로세스 =국내 자동차업체는 풀 마케팅 시스템(pull
marketing system)하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
푸시 마케팅 시스템(push marketing system)에 너무나도 익숙해 있기
때문에 "예측"이란 단어가 경영진들에게 생소하게 들릴 정도이다.
그 결과 시장상황을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를 미리 파악하여 생산에
연결시키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사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주문 관리 프로세스를
채택하여 정보 기술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주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한다.
<> 조립 라인 제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조립 라인 제어 프로세스
분야에 강하다.
JIT체제도 갖추어져 있으나 재고관리 부문에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한편 현대적인 조립라인 제어시스템을 개발한 도요타사는 자동차 왕국의
제왕자리에 올랐다.
<> 조달 및 하청업체관리 =국내 기업들이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이
부분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절한 하청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이나 체계적인
절차가 없는 실정이다.
구매와 관련하여 자동차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해외 선진 사례와의
격차가 더욱 크다.
자동차 업체들은 하청업체의 낙후성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하지만 정작
개선되어야 할것은 업체들의 조달정책 및 하청업체 관리 체계다.
크라이슬러나 GM은 이 분야에 뛰어난 업체들이다.
이 두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하청업체들의 자격심사나 하청업체와의 공동
부품개발작업 등을 포함한 구매관련 프로세스는 자동차업계의 구매관련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 애프터서비스(부품)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직면한 문제중 한가지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품 애프터세일즈가 소홀히 취급된다
는 점이다.
도요타사를 보면 영업부와 애프터세일즈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부품은 제3의 업체에 의해 판매되고 있다.
<> 파이낸싱 및 회계 =우리나라는 자동차 금융 서비스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새턴사의 경우는 자동차 판매수익보다 자동차금융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훨씬 많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이 부분에 관한한 업체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현재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내에서 리스나 렌터카 등을 통한
수익증대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국내자동차업체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사무직 근로자 30~40%, 생산직 근로자 20~30% 등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차가 한국 땅에 상륙하기 전 이에 대비하여 향후 1년 간 다운사이징을
마쳐야 한다.
두번째, 앞서 말한 6가지 프로세스들을 전면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무직 근로자들의 관림 및 성과 측정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임원직들이 각각의 하부 프로세서에 대한 책임을 맡도록 해야
한다.
세번째, 하청업체 수를 대폭 줄여 경쟁력있는 몇몇 하청업체들과 집중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하청업체들중 40~50%는 합병되거나 파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번째, 우리 나라에는 자체 기술만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자동차업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업체 고유의 기술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된 기술이다.
현재로서는 우리 기술로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존심상하는 일이지만 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업체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자동차 관련 기술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자동차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다섯번째 대부분의 인적 자원이 내국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지식
베이스(knowledhe base)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우수한 해외 엔지니어들을
유치하여 지식 베이스 및 스킬 베이스를 확대해야 한다.
여섯번째 시장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수익성이 있는 시장 세그먼트에만 집중하지 말고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발해야 한다.
일곱번째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세분화되어 있다.
국내 업체들간의 제휴나 공동 프로젝트 수행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공동 R&D프로젝트 및 위험-비용을 분산시키기 위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적기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협력업체들을 포함할 경우 전체 GNP위 4%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흥망성쇠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결국 자동차업계 스스로 전열을 가다듬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2년 후 일본차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극심한 판매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국내 10대 재벌들이 일본차 판매업체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국내 업체들이 체질 개선 노력 여부가 자동차업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