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체제아래서 경제살리기"

요즈음 과천 경제부처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는 난제다.

WTO라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면서 정책도구들을 활용할 묘책이
무엇일까.

95년 WTO체제 출범이후 그전엔 하등 문제될게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사사건건정책당국의 고민거리가 되고있다.

기업을 살리기위한 정책수단중에서 WTO를 의식하지않고 운용할수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후에 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지만 비켜갈 묘안은 없을까.

정책수단별로 기아사태에 대입시켜 점검해본다.

[[ 부도유예협약 ]]

해외의 경쟁상대국이 WTO의 보조금협정을 들어 시비를걸려면 반드시
정부가 개입된 사실이 밝혀져야한다.

우리 정부의 논리는 "부도유예협약은 어디까지나 (민간)상업은행들이
자율적으로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재정적기여가 아닌 이상 밖에서 부도유예협약을 시비걸수
없을것으로 본다.

[[ 은행빚의 출자전환 ]]

이 문제도 어디까지나 민간은행의 판단에 따라이뤄지는 것이고 정부의
재정적기여와 무관하기때문에 밖에서 시비를 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통상전문변호사등은 "이 경우에도 주식평가가 시장원칙에따라 제대로
이뤄졌는지등을 놓고 시비를 걸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충고한다.

[[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

경쟁상대국이 자국기업이나 산업에 주는 피해정도를 산출, 입증하는 것이
힘들다.

설사 정부의 직접지원이 있더라도워낙 수혜자들이 많아서 "특정기업에
대한 혜택을 주어 외국의 경쟁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리도 성립되기
어렵다.

[[ 포철의 철강재공급 ]]

국영기업인 포철이 한때 기아에 대한 철강재공급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한 것을 놓고서도 "한국정부가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 특정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었다"는 시비가 나올수있다.

정부는 이 경우포철이 그동안 기아와의 거래에서 쌓아온 신뢰와 기아의
장래성등을 종합분석, 독자적인 경영판단에서 집행한 조치라고 충분히
반박할수있다고 본다.

[[ 한은특융 ]]

한은이 제일은행에 대해 특별융자를 해주는 것은 자체는 별로문제될 것이
없다.

이는(금융)서비스이기때문에 WTO협정에 해당되지않는다.

문제는 제일은행이 한은에 특융을 받아 바로 기아에 지원하는 경우다.

이 경우 미국등이 시비를 걸어올 소지가 있다.

이 경우에도 우리는 상업은행인 제일은행이 기아라는 기업의 장래성과
장기적인 신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지원을 했다고 주장할수있겠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은특융자체는 시비거리가 못되지만 제일은행이 한은에서 특융을 받아
기아를 곧바로 지원하는 정직한(?)수순을 밟는 것은 위험하다.

[[ 정부의 지급보증 ]]

정부의 지급보증은 대출보증과 미국 클라이슬러 경우처럼 정부보증채권
발행 등 2가지를 생각할수있다.

이 문제는 정부가 기아에대해 직접 재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되고
특정기업을 지원한 것이 된다.

이 문제는 당장 채택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 해외전환사채의 국책은행 대지급 ]]

산업은행이 최근 기아특수강의 해외전환사채(3백4억원어치)를 대신 지급한
것은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산업은행이 기아특수강의 주거래은행이라는 점이 감안되야겠지만
밖에선 이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것이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