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자존심만큼 올리는 거야"라는 카피로 국내외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컬"은 얼핏 보기와 달리 수입품이 아니다.

은성디벨럽먼트의 서정주(35)사장이 개발해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유명
화장용품 메이커들에까지 수출하고 있는 순국산품이다.

아름다워지려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꿈.

속눈썹을 세우려는 여성들이 많다.

서사장은 마스카라를 칠하기 전 속눈썹을 세우려고 갖은 애를 쓰는
여성들을 위해 지난 92년 "아이래쉬컬"이란 속눈썹 집게를 개발, 지금까지
3천3백만개를 팔았다.

이어 올초에는 속편이자 결정판인 아이컬을 내놓아 세계 시장을 완전
거머쥐었다.

아이컬과 아이래쉬컬은 세계 속눈썹 화장기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그는 아이컬 말고도 30여가지의 화장용품을 국산화해 지난해 4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1백억원 달성이 목표.

직원 4명으로 출발한 회사도 지금은 23명의 대식구가 됐다.

그가 지난 91년 친구로부터 은성사라는 작은 화장품 유통회사를 인수
받았을 때만 해도 아무도 그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다.

수입화장품을 백화점에 대는 사업이었으나 비싼 수입품 가격과 신통찮은
마진, 원활치 않은 물건 수급에 그는 바싹 약이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나선 것이 하나 둘 국산화하게 됐고
오늘의 성공을 낳았다고 돌이킨다.

건국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88년 모 대그룹 계열사에서 건축토목관련
기자재 무역 업무를 담당하던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 회사를 인수한
것은 그의 나이 만 스물아홉이었을 때였다.

회사원 시절 자진 야근은 물론이고 쉬는 날에도 지치지 않고 나와 일하는
그를 주위에선 불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서대리 그러면 월급 더주나. 쉬엄쉬엄 해"라는 말로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상사도 있었다.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접받기 어려운 조직이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무렵 친구가 동업을 제의했고 두달만에 아예 그에게 회사를 떠넘겼다.

그러나 유통업에 한계를 느낀 그는 곧바로 회사를 제조업으로 변신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박사과정을 밟으며 받은 산학장학금을 몽땅 털어 내놓은 친구도 있을
정도로 주위의 지원도 상당했지만 이때 빚도 많이 졌다고 한다.

그래도 월급쟁이 할 때 열심히 일하며 쌓아놓은 금형과 사출에 관한
노하우와 무역에 관한 지식이 큰 재산이 됐다.

그가 개발한 제품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외제를 능가하는 품질로
인정받았고 지난 92년 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매년 2배이상 뛰었다.

서사장은 돈을 많이 벌긴 했지만 아직 월급말고는 한푼도 집으로 가져가
보지 않았다고 한다.

신제품 개발과 생산능력을 늘리는데 계속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잡화라면 이미 사양산업으로 보기 쉽지만 의외로 젊은 사람들에겐
유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잡화 업체 사장들 대부분이 40대이상으로 감각이 떨어져 오히려 젊은 센
스가 먹히는 경우가 많다는게 그가 내세우는 이유이다.

그러나 실은 유행을 좇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속뜻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을 해야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창업이라면 쉽게 생각하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은 창업해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후배 예비사장들에게 전하는 충고의 말이다.

< 글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