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운명을 안 뒤 자신의 두 눈을 뽑고 방랑의 길을 떠나는 비극적인
인간.
가장 "비인간적" 이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 이었던 신화속
존재, 오이디푸스가 비장한 음악과 함께 되살아난다.
축제극단 무천이 그리스의 위대한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8월1~10일
경기도 안성군 죽산면 엠씨어터에서 야외음악극 형태로 재현한다.
공연작은 소포클레스의 일곱 작품중 오이디푸스 일가의 이야기를 다룬
"오이디푸스왕" "콜로누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등.
각기 따로 구성된 3편을 한 연출자가 연작으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출자 김아라씨는 오이디푸스가 "잘못된 운명에 휘둘리는 왜소한 인간의
모습만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며 "자신의 몰락을 예감하면서도 진실을
밝히는데 용감했으며 운명을 의연하게 수용했던 그의 영웅적 면모를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음악극으로 기획된 점도 주목거리.
헨릭 제스퍼슨 (덴마크), 토니브룩스 (영국), 코데레 (네덜란드),
그레이스 윤 (독일), 유코 센가 (일본) 등 5개국의 스태프와 배우가
정흥채 남명렬 정낙경씨 등 국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인도음악 전문가로 새로운 타악 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김창수씨와
파격의 피아니스트 임창동씨 등이 참여, 오이디푸스의 새로운 모습에
걸맞는 음악을 들려줄 예정.
1부에선 전통악기와 건반악기의 협연으로 오이디푸스의 죄악, 2부에선
침묵과 소리의 퍼포먼스로 오이디푸스의 고뇌, 3부에선 배우들의 윤창과
현악연주로 오이디푸스의 초탈을 각각 그려낸다.
10월8~15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공연되며 (세계 연극제 참가작),
내년 6~8월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의 연극제에 출품된다.
문의 518-7343, (0334) 675-1564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