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과 동국제강의 한보철강 자산인수는 과연 잘 될까.

두 회사가 29일 채권은행단에 한보철강 자산인수 조건을 정식으로 제시함에
따라 한보철강 매각 성사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채권은행단은 일단 내달 1일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포철측의 조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포철측이 제시한 조건대로라면 담보를 잡지못한 종금사 등 제2금융권
과 한보철강 주주들은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주)한보 등 한보그룹 계열사들도 완전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포철측의 한보철강 자산인수는 일사천리로 이뤄지기 보다는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어렵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채권은행단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손실이다.

금융기관들의 한보철강에 대한 총 여신은 지난 2월말 현재 4조8천2백60억원.

한데 포철측이 제시한 자산인수 금액은 2조원에 불과하다.

채권은행단의 실사결과(고정자산 4조1천4백59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 돈을 받아 하청업체들의 진성어음 4천3백29억원을 우선 변제해주고 나면
금융기관이 챙길수 있는 돈은 1조5천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3조3천억원 이상은 빚잔치를 벌여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과연 이런 피해를 채권금융기관들이 감수할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인 셈이다.

더구나 담보를 제대로 잡지 못한 종금사등 제2금융권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담보를 잡은 은행들은 자산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일부 변제할수
있다.

그러나 제 2금융권은 방법이 없다.

한보철강의 제2금융권에 대한 무보증 부채는 <>종금사 3백78억원 <>보험사
1천2백26억원 <>증권사 6백26억원 등 총 2천2백억원을 넘는다.

그래서 일각에선 한은특융 등 정부의 특별지원이 뒤따라야 자산 매각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특융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와 정부로서도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닐 것이다.

한보철강 주주들의 피해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한보철강 총지분중 정태수씨 일가와 관계인 소유 지분은 46%.

나머지 54%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다.

일반 주주들의 자본금은 5백36억원에 달한다.

만약 포철이 한보철강 자산을 인수하면 한보철강이란 회사는 파산절차가
불가피해 정씨 일가는 물론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은 모두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

이럴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도 골칫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 한보그룹 계열사들의 연쇄 파산도 불가피하다.

특히 당진제철소 공사를 맡았던 (주)한보의 경우 공사대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해 최대 피해를 볼 예상이다.

(주)한보측은 한보철강으로부터 받을 부채가 2천7백억원에 달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특히 포철은 한보철강을 인수한 후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를 (주)한보가
아닌 포스코개발이란 계열사에 맡길 예정이다.

(주)한보로선 밀린 빚도 못받고 일감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이처럼 포철측이 한보철강의 자산을 인수하기 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만약 정부의 지원이 적절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포철의 한보철강 자산인수
제안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