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초적으로 자유의지가 강하나 이성이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왔다.

공동체사회에서 질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생활규범이다.

요즘에도 교육현장에서 질서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달들어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더위도 피하고 재충전도 할겸
많은 인파가 산과 물을 찾아 떠나고 있다.

하지만 나들이를 한껏 즐기려는 욕심에 무질서가 곳곳에서 판을 친다.

선진국 운운하는 문화시민으로서 부끄러운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넘치는 쓰레기와 오물, 공중시설의 파손과 무단사용으로 대부분 공공
시설은 휴가기간중 몸살을 앓게 된다.

피서기분에 들뜬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않느냐는 자기합리화가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질서의식을 마비시킨다.

도심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산교육을 시켜보려는 학부형들의
의지는 참담한 현실앞에 무릎을 꿇는다.

모처럼의 가족휴가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뜻있게 휴가를 보내려는 시민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의 훌륭한 예절문화를 계승하고 문화시민이라는 긍지를 되살려 이번
휴가는 철저하게 질서의식으로 재무장해 출발하는 것이다.

간혹 북새통이 판치는 곳도 있겠지만 우리모두가 노력한다면 어느샌가
자신이 질서의식을 갖춘 선진시민으로 성장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역 터미널 공항이 휴가철에도 공공질서
의식을 실천하는 장이 되고 전국의 관광지가 천혜의 경관을 그대로 간직한채
다음 시즌을 기다릴 수 있는 멋진 휴가질서를 만든다면 우리 마음은 한결
즐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왠지 정돈이 잘 돼있고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많다.

선진국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의 질서문화가 바로 무형의 관광자원으로 외국인들에게까지 은연중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