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7시 울산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한창 일할 시간인데도 기계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오후 6시부터 2시간동안 하던 잔업이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달들어 생산량도 5천5백대에서 4천대로 대폭 줄었다.

재고도 4만대에서 7만대로 늘어났다.

공장 여기저기에 차들이 빽빽히 쌓여 있다.

현대자동차를 "읽으면 울산경제가 보인다"고 한다.

울산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울산경제는 지난 연말까지만해도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상황이 변했다.

자동차 조선불황에다 한보 기아사태 등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다른지역보다 기아사태의 여파가 적기는 하지만 후유증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부도위기를 느끼기는 중소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망중소기업인 세운공업이 쓰러진데 이어 기아의 1차 협력업체인 O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의 납품대금으로 받은 2억원대의
진성어음을 할인받지 못해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협조로 위기를 넘기고는 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1차협력업체인 K,H사 2차협력업체인 Y,M사 등도 은행이 1억원대 이상의
기아발행어음을 할인해 주지 않는 바람에 자금난을 겪고 있다.

효문공단에 밀집해 있는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기아사태에 대해
한마디로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K사 곽모 공장장은 "이번 사태는 국내 자동차업계 내부의 모순이 기아그룹
을 통해 터져 나온 것이다. 이 영향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중단하다시피
해 업체들이 경제적, 심리적 타격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지난 상반기 자동차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나 떨어졌다.

울산의 또다른 주력업종인 조선업계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올들어 5월말 현재 수출규모가 30%나 떨어졌다.

국내 조선업계의 가격졍쟁력이 일본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조건의 수주는 거의가 일본쪽에 돌아간다.

현대중공업 P부장은 "우리 조선업계는 일본에 배정되고 남은 채산성이
안맞은 물량이라도 안받으면 않되는 처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계산업의 경우도 불황을 겪기는 마찬가지.

"자동머신류 등 공작기계의 경우 국제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재고가
쌓여 당초 목표의 절반가량만 수출하고 있다"H사 J부장은 생산라인의 단축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울산상의는 올해 이지역의 생산, 수출실적이 두자리 수에 육박하는 수준
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문,온산공단들에 불어닥친 불황한파는 중견업체까지 강타하고 있다.

올들어 0.47%대에 머물렀던 부도율이 지난달들어 처음으로 0.52%를 기록
했다.

건설 및 도소매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 마저 잇따라 쓰러지고 있는 실정
이다.

더욱이 올들어 울산을 떠날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만도 68개사나 된다.

연간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유망 중소기업인 Y사 임모 이사는 "울산
은 도로 등 공공시설이 낙후돼 물류비 상승을 부추기는 바람에 생산단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는 8월 경북 경주군으로
떠날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산업공동화 현상이 울산에도 심각하게 밀어닥치고 있는 처지다.

특히 울산에는 중소기업이 어려울때 자금을 지원해 줄수 있는 지역은행
조차 하나없다.

"불경기에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금융비용을 절감해 지역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 울산은행, 신용보증조합 등이 없어 아쉽다"

울산상의 이웅걸 부장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목표를 초과했던 지방세가 불황으로 상반기동안 10%나 안걷히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매출이 크게 줄어 비상이 걸렸다.

<울산=김태현 기자>

*** 한마디 ***

고원준 < 울산상의 회장 >

울산은 올들어 현대자동차 조업중단 사태와 함께 한보 기아사태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3.4분기 경기전망마저 밝지 못하다.

기업경기전망지수가 울산의 어려움을 대변해 준다.

주력업종인 기계 확학 비금속광물1차금속제조업종은 지난해보다 40-50까지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연구소들의 분석과는 달리 자동차와 조선업마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기업들이 울산을 떠나고 있다.

심각한 공업용지난과 열악한 간접자본투자로 도로가 연일 체증을 보이는
등 높은 물류비를 치르고 있다.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의 심각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무원들과 공사 관계자들의 의식개혁도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기업이 공장을 운영하려해도 한전, 수자원공사 등은 도와주기는 커녕
협조를 외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울산은 더이상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기전에 과감한 산업구조개편을 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중화학공업은 20세기 산업이다.

21세기를 대비한 첨단과학 통신 등으로 산업체제 개편이 시급하다.

울산기업 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의식개혁과
금융권의 설립을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