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일로 예정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긴급회장단회의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휴가철인 하한기에는 모이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지난 6월초 이후에는
만나지 않았던 대기업 총수들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풀어놓을 "해법보따리"가
궁금해서다.

특히 "긴급"이란 수식어가 붙은 회장단회의는 지난 95년말 전직대통령
비자금 사건 와중에서 열린 이후 1년6개월여만에 처음 갖는 것이라 이번
회장단회의의 성격과 무게는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다 현재 부도방지협약 대상 업체로 지정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펴면서
정부, 채권은행단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기아의 김선홍 회장이 참석할 것이
확실시되고 29일 방미한 손병두 상근부회장의 보고를 받는 최종현 회장의
"경제살리기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회장단회의가 정부의 경제실정을 맹공하는 성토장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중태에 빠진
경제를 살려놓고 보는게 시급하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긴급 회장단회의이긴 하지만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주고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오히려
많은 편이다.

총수들이 자금조달 등 경영의 어려움과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애로를 토로함
으로써 경제주체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는 회의가 될 것이란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부 연구기관들이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들어 금융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회복조짐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전망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경제여건에 대해 현장의 기업인들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정부와 금융기관, 국민의 경제살리기 동참을
호소하는 회의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이번 긴급 회장단 회의는 강도높은 대정부 주문과 함께 "기업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적극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구노력계획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경영난의 1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는 만큼 먼저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다음 정부의 책임을 강조해야 모양새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기아의 김회장을 비롯 김우중 대우, 김석준 쌍용,
박정구 금호, 조석래 효성, 장치혁 고합,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