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은 30일 채권단이 자구계획을 거부한데 대해 "채권 은행단 회의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구노력 계획을 보완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및 기아정보시스템 사장은 이날 밤 "우리의 자구
노력 계획을 채권단에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채권단과의 순조로운 협조가 기아의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채권은행단이 자구계획 내용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부문에 대한
기아측의 입장.

<> 아시아자동차 매각 =아시아자동차 부분은 기아 자구노력의 "마지노선"
이다.

기아가 채권단에 바란 최대 희망사항중 하나는 "모든 계열사를 다 팔 수
있으니 아시아자동차의 생산라인만은 제발 안고 가도록 해달라"는 것.

기아가 이토록 아시아자동차에 집착하는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기아 해외프로젝트의 핵심차종인 프라이드를 수탁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를 팔아버릴 경우 활발히 벌이고 있는 해외 합작사업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아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성공한 중국시장내 승용차 생산
사업이 무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타이탄 트레이드 라이노등 기아자동차의 1.4~5t급 주력 상용차도
아시아자동차에서 생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완전 매각할 경우
"반쪽짜리 자동차회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아그룹 관계자는 "아시아자동차를 매각하지 않고도 채권단이 빠르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아시아자동차의
매각을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경영권 포기각서 =김회장을 비롯한 기아 경영진은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즉각 퇴진하겠다"는 자구계획 이행각서를 냈으나 채권단은
보다 "구체적이고 무조건적인" 경영권 포기각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기아그룹측은 "이미 자구계획 이행각서와 더불어 채권단회의에서
김회장이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채권단
의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채권단 요구대로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것은 만약
김회장이 지금 물러날 경우 회사가 중심을 잃고 스스로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김회장등 현 경영진이 자리에 아무 미련이 없다는 점을 채권단에
보다 확실히 설득할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 인력감축 보장책 미흡 =노사문제와 관련, 채권단은 이날 자구계획에
포함된 노사공동선언문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인원감축동의서를 제출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이미 노사개혁안에 노사가 공동선언을 했는데도 아예
인원감축동의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기아를 3자 인수시키려는 수순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항간에 나돌고 있는 기아사태의 시나리오설에 금융권이 동조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따라서 노조의 합의서는 8월1일 2차회의 때까지도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부동산 매각시점을 보다 앞당기는 방안과 합병 계열사간 상호보증
채무관계 해결책도 심도깊게 논의되고 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