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열린 기아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서 은행장들은 진로나 대농
때와는 달리 기아 김선홍회장에 대해 강도높게 경영책임을 추궁했다.

진로 대농 대표자회의때는 그룹회장들이 출석해 약 5분여간에 걸쳐 경영
계획등을 설명하는 정도였었다.

그러나 김회장을 출석시켜놓곤 주요 채권은행장들이 번갈아가며 약 1시간
30분동안 질문공세를 펴는등 시종 긴장된 분위기였다.

은행장들은 주로 자구계획의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을 문제삼았지만 질문의
톤이나 태도 등은 대체로 질책성이었다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회의가 끝난후 모시중은행장은 "김회장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불신이 뿌리
깊게 배여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은행장들의 공세에 김회장은 때로 말문이 막히기도 했으며 준비된
자구계획마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도 했다.

회의에서 은행장들과 김회장간에 오고간 얘기들을 문답으로 정리한다.

<> 김선홍 기아그룹회장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

이미 문책인사도 단행했고 앞으로 회사 재건에 진력하겠다.

28개의 계열사를 일부매각하거나 통합 절차를 거쳐 5개로 줄이고 자동차업
에만 전력할 생각이다.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부지매각 등 그룹자산의 39%를 팔아 부채상환에
충당하겠다.

임직원을 8천8백명 줄이고 월급도 삭감한다.

강성이미지로 비쳤던 노사관계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

앞으로 채권자대표등이 경영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새로운 각오로 일하겠다.

<> 이관우 한일은행장 =기아자동차의 주식분포를 보면 매우 복잡하게 돼
있다.

따라서 경영권포기각서제출이 전제돼야 한다.

아시아자동차 광주부지 매각과 관련, 용도지역 변경이나 가격협상은
이뤄졌는가.

인력배치나 감원때엔 노조와 협의토록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인원감축에
대한 노조 동의서는 첨부했는가.

<> 김회장 =경영권포기각서는 이미 제출했다.

아시아차 부지는 지난해부터 광주시와 협의해 오고 있으며 시의회에서도
긍정적이다.

원매자가 많고 주변땅값도 높아 매각되면 괜찮다.

노사관계는 단체협약을 유보하는 등의 조치로 보완하겠다.

(김회장은 답변직후 노사합의서를 낭독)

<> 나응찬 신한은행장 =광주땅의 원매자가 많다지만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기아노조의 협력을 저해할 뜻은 없지만 인력감축은 너무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다.

8천8백명이나 감원하려면 노조동의가 있어야 한다.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한다는데 채권금융단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 김회장 =동의서를 제출하겠다.

감원에 대한 노사합의는 끝났다.

<> 류시열 제일은행장 =몇몇 사안에 대해 정리를 하겠다.

임직원 임금반납문제는 노조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력재배치등 노사공동결의 내용도 노조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전환사채는 채권보전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경영층은 인식해야
한다.

<> 장철훈 조흥은행장 =단체협약을 유보한다고 했는데 언제까지인가.

<> 김완정 산업은행부총재 =아시아자동차 합병후 어떤 효과가 있는가.

부동산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한다는데 너무 피상적이다.

기아자동차의 계열사 채무보증이 많은데 보증을 따로 떼내지 못할 경우
기아정상화가 가능하겠는가.

노조측의 협력은 정상화때까지라고 했는데 보장장치를 확실하게 언급해
달라.

<> 김회장 =노사가 합의한 부분은 단체협약 효력을 일정기간 유보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하면 부응하기가 어렵다.

기아차와 아시아차 합병에 대한 구체안은 없지만 광주지역에 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되면 부지매각은 잘 될 것이다.

합병한다면 기술 판매 제조면에서 상호보완적이므로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다.

책임경영과 관련, 언제라도 물러나겠다는 각서를 제출한 바 있다.

<> 표순기 서울은행전무 =기산분리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는 않는가.

자동차에 주력하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기산에 대한 채무보증은 먼저
정리해야 한다.

<> 김회장 =기아종업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산주식 일부를 팔아 지분을
낮추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증채무가 4천7백억인데 자산매각이 제대로 되면 순조롭게 해소될 것이다.

기산의 경우 인도네시아 국민자공장 건립문제도 잘 되리라고 본다.

<> 류시열 제일은행장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

부동산 매각등 자구노력을 펼치겠다지만 구체성이 너무 부족하다.

인력감축등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내겠다고 김회장이 얘기했지만 언제까지
제출할지도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또 전환사채의 경우 채권은행의 동의를 구해서 발행하겠다는 의사도 문서로
분명하게 넘겨줘야 한다.

부동산 매각등 그룹 통폐합으로 시너지효과를 얻는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효과를 얘기해 달라.

기아자동차는 기아특수강 기산등에 대해 채무보증으로 얽혀 있다.

보증채무 해결은 가능한지도 밝혀 달라.

경영권포기각서의 성실이행에 대한 보장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기아측이 답변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이틀정도
시간을 늦췄으면 한다.

8월1일 오후 3시에 다시 회의를 속개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채권은행 대표들이 류행장의 제안에 동의함에 따라 이날 회의는 오후
4시50분 산회됐다)

< 박기호.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