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가 혼미를 거듭하면서 기아 인수를 둘러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31일에는 LG그룹도 기아의 인수 또는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기아를 둘러싼 루머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만 가고 있다.

이날 나온 LG그룹 기아인수설은 정부가 나서서 LG그룹에 기아 인수를 권유
했다는 것.

다시말해 정부 관계자들이 기아 인수전이 과열될 것을 우려, LG측에 기아
인수를 제의했다는 얘기다.

LG가 인수할 경우 현대나 대우가 무리하게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과 LG로 넘어갈 경우 기업이미지상 정부도 큰 부담이 없다는게 LG인수설
의 배경이다.

이같은 루머에 대해 LG나 정부측에서는 물론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LG는 전혀 검토한바 없다며 기아인수 추진설을 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소문이 나온것은 이미 기아와 LG가 그동안 부품쪽에서
협력폭을 넓혀온데다 일부 해외사업에서 손을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LG상사는 러시아에서 기아자동차의 판매권을 갖고 있으며 신규개척 시장에
손을 잡고 있다.

현대와 대우그룹의 움직임도 기민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와 대우가 기아특수강의 공동경영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은
기아자동차가 삼성에 넘어가는 것만은 막겠다는 이들의 필사적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은 31일 통상산업부를 방문, 한덕수
차관 등 고위관계자를 두루 만나 기아차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드의 움직임도 큰 관심사다.

기아그룹의 최대주주인 포드(마쓰다 포함)는 최근 기아담당인 폴 드랜카우
기아담당 이사를 국내에 보내 상황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기아자동차와 기아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통상산업부 등을
들러 기아의 향배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항간에는 삼성 현대 등이 이미 포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진 기아사태는 쉽사리 풀릴 문제는 아니다.

지분이 워낙 잘 분산돼 있는데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포드라는
열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정부의 입장도 하나의 큰 변수다.

변수가 많은 만큼 기아가 어떤 형태로든 안정을 찾을 때까지 앞으로도
수많은 설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