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동에 사는 윤성철(38)씨는 며칠전 큰일날뻔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에 치일뻔 했던 것.

윤씨가 아이와 함께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을 때 신호등은 파란불이었지만
깜박거리는 점멸상태였다.

윤씨는 다음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멈춰섰지만 아이는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그냥 차도로 뛰어었기 때문이다.

달려오던 택시가 급정거해 사고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아이들은 이처럼 파란불일 때는 무조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일종의 고정관념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좌우를 살펴본 다음 안전할 때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전에 대한 기본교육이 잘 안돼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와 아주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해도 사정이 전혀 다르다.

유아원시절부터 안전교육을 시킨다.

길건너기 전에 "미기 요시(오른쪽 좋음), 히다리 요시(왼쪽 좋음)"라고
확인시킨 후 건너게 한다.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힌 이런 안전습관은 사회생활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안전교육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도처에 지뢰밭이다.

트럭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노는 아이들, 차도주위에서 공놀이를 하는
어린이 등등.

하나마나한 안전교육은 아이들에게만 국한 되는 게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안전교육이 대표적
예다.

1백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강의실에서 비디오를 보는 게 고작이다.

이렇게 몇시간 "죽이고"나면 면허증이 나온다.

실제로 초보운전중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이중 안전에 대한 작은 지식만 있었으면 피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안전교육은 실제로 운전하면서 경험으로 배우는 거지요.

초보운전자들중 방어운전이란 게 무슨말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박성민.택시운전사).

사고가 나야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한국의 안전교육.

위험하기로 치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국의 도로는 목숨을 담보로 배워야
하는 안전부재교육도 한 몫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조주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