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오스이론을 연구하는 조지아공과대학의 조셉 포드 교수는 "신은 우주를
갖고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다. 다만 그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주사위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 주위의 모든 자연현상은 뉴톤의 기존 물리학이론으로는 단 0.1초후도
예측할 수 없는 그야말로 랜덤(Landom, 무작위) 현상일 뿐이다.

카오스이론은 랜덤현상 속에 숨어 있으면서도 가장 결정적인 힘을 지닌
"신의 의도가 실려있는 규칙"을 밝혀내는 신학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많이 경험한다.

카오스이론에서는 이처럼 작은 일로 인한 큰 결과를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본다.

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러한 일이 일어날 충분한 인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에서 보듯이 그 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고들은 모두 안전불감증에 걸린 몇몇 사람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

그들의 무관심은 작은 것이었지만 대형사고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내재돼 있었던 것이다.

신의 의도가 실려있는 규칙은 임의성으로 "가장한" 질서이다.

그리고 그 질서는 우리가 늘 겪으면서도 우연으로 치부해온 조그만 실수,
무관심이 빚어내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제임스 글릭이 쓴 "카오스"라는 책은 과학자와 수학자
들의 자연현상 연구를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다.

이 책은 인생과 인간존엄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의 원인과 결과를 짚어보는 습관도 생겼다.

우리가 겪는 일상생활이 왜 필연성을 갖게 되는지, 왜 불교에서 인과를
갈파하는지, 그 원인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신은 그 속에서
과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직도 해답은 명확하지 않지만, 캄캄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에서
하나의 노를 찾아낸 것같은 기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