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부도와 기업구조 조정에 따른 감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아그룹
이 올 연말까지 9천명에 육박하는 임직원을 감원키로 함에 따라 올 하반기는
대량 실업 사태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실업자를 재취업시킬 사회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아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도를 냈거나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받아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인력을
감축했거나 감축을 추진중인 기업은 우성 건영 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등 알려진 기업그룹만해도 8개 그룹에 이르고 있다.

기아그룹은 30일 발표한 자구계획을 통해 올 연말까지 한국 기업사상 초유
의 수준인 8천8백35명의 임직원을 감원키로 했으며 진로는 2천여명을 줄여
그룹 인력을 5천명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한보그룹에서는 이미 1천여명이 직장을 잃었으며 한보철강 매각과정에서
추가적인 감원이 예상된다.

우성 건영 한신공영 등 건설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며 삼미그룹의 경우는
지난 2월 포철이 삼미특수강 창원공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5백80여명이
감축됐다.

이와함께 쌍용그룹은 상반기중 쌍용자동차와 쌍용양회에서 1천여명을
줄인데 이어 올 하반기에도 제2차 감원을 추진중이며 한라 두산 한일 등
사업구조 조정에 착수한 그룹들 역시 인력 감축을 단행했거나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 금융기관도 감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에는 최소한 1만여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하반기 신규 채용규모를 대폭 줄이기로해
노동시장 신규진입자의 취업마저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용 전문가들은 최근 명예퇴직자들의 재취업률이 9%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대량 실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며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병무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기 침체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가 고용
유발이 낮은 구조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량 실업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하루 빨리 다양한 임금지급 및 채용 방법을 동원해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사.정이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